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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집무실의 한 흉상

입력
2022.03.3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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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세자르 차베스

백악관 집무실 뒤쪽, 바이든의 가족 사진 뒤로 세자르 차베스 흉상이 보인다. share.america.gov

백악관 집무실 뒤쪽, 바이든의 가족 사진 뒤로 세자르 차베스 흉상이 보인다. share.america.gov

지난해 1월 20일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취임식 직후 주요 방송들이 그의 백악관 집무실 풍경을 심상한 스케치 영상으로 방영했다. 19세기 이래 역대 대통령들의 손때가 묻은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 뒤편, 바이든의 가족 사진 뒤로 스치듯 잡힌 작은 흉상 하나가 그 영상의 주인공이었다. 1960~7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농장 지역을 거점 삼아 전미농장노동자연맹(NFWA)을 이끌며 이주 노동자들의 권익과 정치적 역량을 강화하는 데 앞장선 조직 활동가 세자르 차베스(Cesar Chaves, 1927.3.31~1993.4.23)의 청동상.

차베스는 1927년 3월 31일 멕시코 이민자 아들로 애리조나주 유마에서 태어나 대공황기 가난 속에서 이민자 차별과 농장주의 횡포를 일상으로 겪으며 성장했다. 고교를 중퇴하고 캘리포니아 농장 노동자로 일했고, 2차대전 때 해군으로 2년간 복무했다. 전후 산업노조 조직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아 자생적 농장노동자 조직을 결성했고, 1965~70년 캘리포니아 포도농장 파업(Delano grape skrike)과 불매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미국 이주노동자들의 지도자로 부상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간디의 비폭력주의를 신봉하며, 여러 차례 단식과 평화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1950년대 말부터 이주노동자 유권자 등록 캠페인을 독려하며 정치 세력화도 도모했고, 그럼으로써 이주노동자들도 미국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했다.

56cm 크기의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흉상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자) 정책과 소수인종(민족) 정책 기조를 그 어떤 웅변보다 강렬하게 미국 시민들에게 알렸고, 한국 정치인들이 그리 세련되게 흉내내지 못하는 미국 정치(인)의 전술 하나를 선보였다. 미국 등록 유권자의 6.6%를 차지하는 히스패닉계와 비백인 소수인종 대부분이 그 화면에 열광했고, 바이든 지지자 다수도 아마 자신의 선택에 또 한번 만족했을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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