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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시위대 앞 무릎 꿇고 "대신 사과" 한 시각 장애인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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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시위대 앞 무릎 꿇고 "대신 사과" 한 시각 장애인 국회의원

입력
2022.03.28 12:50
수정
2022.03.29 09:55
0 0

시각장애인 국회의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28일 경복궁역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선전전 참석
"국회의원 이전에 시각장애인" 이 대표 대신 사과
이준석 "개인 자격으로 했을 뿐" 평가절하


"오늘 사실 사과하러 왔습니다."

28일 오전 8시. 출근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그 시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나타났습니다. 그의 곁에는 안내견 '조이'도 함께했는데요. 이날 오전 3·4호선 일대에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주최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선전전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가 열렸습니다.

최근 같은 당 이준석 대표가 전장연의 시위 방식과 주장하는 내용 등을 강하게 비판했고, 전장연 측에서 이를 반박하면서 논란이 빚어졌는데요. 전날 이날 선전전에 함께 할 뜻을 밝혔던 김 의원은 정치권을 대신해서 대표로 사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김 의원은 말을 이어가던 중 갑자기 맨바닥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조이도 함께 엎드렸는데요. 순간 현장 분위기는 엄숙해졌습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머리를 푹 숙이며 김 의원을 차마 바라보지 못했는데요.

전장연은 24일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앞서 대선 운동 기간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TV토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언급하고 당시 현장을 찾은 뒤 시위를 중단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요.

이날은 김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함께했습니다. 김 의원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인데요. 그는 이날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누구보다 어려움을 공감하는 장애인 당사자"라며 "정치권에서 해결하지 못한 일을 여러분이 겪게 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자리한 장 의원은 발달장애인 동생의 탈시설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감독을 맡았는데요.


"서울시민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이준석 발언 두고 논란 커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를 비난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를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시위 중단을 요구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을 지적하며 정치권의 책임을 강조했는데요. 앞서 이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두고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시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내가 현장으로 가서 공개적으로 제지하겠다" 같은 발언을 하며 논란이 되자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린 겁니다. 온라인에서는 전장연에 후원하고 '#전장연후원' 해시태그를 올리는 응원 릴레이가 펼쳐지기도 했는데요.

김 의원은 무릎을 꿇은 채 "한편에서 잘못된 표현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조율하기보다는 한편의 입장만을 대변하여 주목을 끄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신해서 사과드리고 입장을 조율하는 노력을 통해 힘이 되고자 왔다"고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는 약 한 달 뒤인 5월 10일 여당이 될 국민의힘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인수위원회에 전장연의 입장을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는데요. 같은 날 이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의원의 행동을 두고 "의원 개인 자격으로 하는 행동일 뿐"이라며 전장연의 시위는 "문명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불법 시위"라고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읍소하는 활동가 "장애인은 인생의 반을 길거리서 허비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28일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김가윤 인턴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28일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김가윤 인턴기자

전장연은 이어서 경찰들의 통제 속에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지하철 한 칸을 꽉 채운 휠체어들을 향해 몇몇 시민들은 불만을 쏟아냈기도 했는데요. 언제 출발하는 것이냐며 경찰에게 따져 묻는가 하면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는 활동가에게 "그런 것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가서 직접 말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활동가는 승객에게 "인수위에 말했지만 들어주지 않아 이렇게 온 것"이라며 사과와 함께 호소했는데요.

한 활동가는 지하철을 타고 있는 승객들에게 "장애인들은 인생의 반을 길거리에서 허비하고 있다"며 "우리의 시간도 소중하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읍소했습니다. 전장연과 활동가들은 경복궁역에서 4호선 혜화역까지 이동하며 장애인 권리 예산과 관련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구했습니다.

김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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