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원 청년 예비후보 8%뿐
2018년 지방선거보다 낮은 여성 후보 비율
기초의원 2030 청년 후보 비율도 수치 낮아
"정당이 앞장서 선거비·공천룰 장벽 없애야"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6ㆍ1 지방선거가 ‘다양성 실종’이라는 오명을 쓰게 생겼다. 28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기초의원 예비후보 중 여성은 16.4%, 2030세대 청년은 8.2%에 불과한 탓이다. 여러 계층의 정치 참여를 유도해 지도자로 성장시키는, ‘인큐베이터’가 돼야 할 풀뿌리 민주주의가 재력을 갖춘 중년ㆍ남성만의 축제로 끝날 위기에 처했다.
기초의원 30세 미만 예비후보 39명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날까지 등록된 기초의원 예비후보자는 50대ㆍ남성에 집중됐다. 예비후보자 2,024명 중 남성은 1,692명인 반면, 여성은 332명에 그쳤다. 나이대도 30세 미만은 39명, 30~ 40세는 128명이 고작이었다. 50~60세 비중(899명ㆍ44.4%)이 압도적이었다. 광역의원은 쏠림 현상이 더 심각했다. 전체 743명 중 남성은 665명(89.5%), 50~60세는 333명(44.8%)이나 됐다.
5월 12일 공식 후보등록 개시 전까지 예비후보 등록 시간이 남아 있긴 하지만, 과거 지방선거에 견줘도 다양성 측면에서 후퇴했다는 평가가 많다. 기초의원의 경우 여성 비율은 1995년 첫 지방선거(1.7%)보다는 높았지만, 직전 2018년 지방선거(18.6%)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청년층의 기초의원 기피 추세는 훨씬 완연하다. 이번 선거의 2030세대 비율은 1995년(12.1%), 1998년(12.5%), 2002년(8.8%), 2006년(9.3%) 등 역대 선거와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적은 비례대표·선거비·공천룰... 장벽 도처에
무엇이 여성ㆍ청년의 지방정치 도전을 가로막고 있을까. 우선 법률적 한계가 지목된다. 비례대표 정수가 지역구 의원의 ‘10분의 1’로 국회의원(약 15.6%)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높은 선거 비용, 정치신인에게 불리한 공천룰도 장애물이다.
특히 막대한 선거비는 이들에게 거대한 장벽이나 다름없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후보자의 평균 선거비용은 각각 3,100만 원, 4,000만 원이었다. 그런데 기초ㆍ광역의원 후보자가 후원회를 꾸려 모금할 수 있는 돈은 선거비의 50%까지다.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청년 정치인이 1,000만 원이 넘는 목돈을 마련하기란 언감생심이다.
후원회 구성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후원회 등록은 명칭과 소재지, 대표자의 직인 등을 적어 선관위에 따로 신청해야 한다. 정의당 소속으로 서울 마포구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전진형(34)씨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후원회 등록 절차가 까다로워 이제 막 모금을 시작했다”며 “주변 청년들에게 후원을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 경기가 워낙 안 좋아 부탁하기도 껄끄럽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경선 문턱을 넘기 어려운 여성ㆍ청년에겐 공천 가산점이나 할당제 등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주요 정당들은 아직 공천룰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미 여성ㆍ청년 공천 할당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당헌ㆍ당규에는 명시돼 있으나, 지켜지지 않는 30% 할당제를 현실화할 방안을 고민 중이다. 서난이 민주당 전주시의원은 한국일보에 “권리당원 투표 같은 경선룰은 인지도가 없는 청년들에게는 불리하다”면서 “정책ㆍ공약을 평가단 앞에서 직접 발표하는 등 누구나 수긍 가능한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당 역할 절실... "선거 컨설팅 제공해야"
선거 전문가들은 ‘정치 학교’로서 정당의 역할 확대가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저 공천장만 찍어주는 데 그치지 말고, 정치신인에게 충분한 ‘선거 컨설팅’을 제공해야 정치 문을 두드리는 여성ㆍ청년들이 많아질 것이란 얘기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정당들은 현재 예비후보자 등록 및 후원회 개설에 관한 법률 지원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며 “그간 후보 개인에게 맡긴 영역을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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