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통위 ICBM 현안보고 공방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가 28일 정치권에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존폐 논란으로 번졌다. 국민의힘이 ICBM 발사를 계기로 평화 프로세스에 ‘사망선고’를 내리자, 정부와 여당은 “실패로 단정짓기엔 이르다”고 맞받았다.
이날 소집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향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책은 (2020년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을 때 뇌사 상태에 빠졌고 (24일) ICBM 발사로 공식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장관은 “평화 프로세스는 계속 진행되는 과정”이라며 “최종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실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조 의원은 “정상회담 등 어떤 식의 이벤트를 만들더라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 없이는 정책이 추진될 수 없다”면서 평화 프로세스 실패의 책임을 답보 상태인 북한 비핵화에 돌렸다. 같은 당 김석기 의원도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말을 너무 믿어서 이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정 장관은 “평화 프로세스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평화에만 집중했다고 말하는 것은 문 대통령의 안보 독트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년간 국방비를 대폭 인상하는 등 국방력 강화에 상당히 공들였다는 얘기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역시 “그간 대화를 통해 평화적 해법을 추구했던 노력의 진실성은 폄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 유무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이뤄가는 긴 과정에서 어떻게 지혜롭게 문제들을 풀어가느냐가 중요하다”며 정부를 지원사격했다.
다만 정 장관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빈손’ 합의로 그친 점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모라토리엄(핵실험ㆍICBM 시험 발사 유예) 등 매우 어려운 결정을 했는데 내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해줄 사람은 미국 대통령 뿐”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북미대화에 많은 기대를 걸었으나 회담이 결렬로 끝났고, 이후 미국이 북한에 실질적 제안을 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의존해 우리 역할이 매우 제한돼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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