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
확진자 유급 휴가 지원사업...권고라 강제성 없어
사업주 추가 부담에...중소기업 '지원 사각지대'
# 병원에서 근무하는 A씨는 얼마 전 함께 사는 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당일 격리에 들어갔다. 결과는 양성. 당시는 유전자증폭(PCR)검사까지 마쳐야 '확진' 판정을 받을 수 있었는데, 보건소 줄이 길어 이튿날 추가 검사를 받았고 그 다음날 음성 판정을 받아 출근했다. 그러나 회사는 신속항원검사와 PCR검사를 받고 집에 격리된 사흘을 연차 휴가 처리하겠다고 통보했다.
# 신입사원 B씨는 수십 번 도전 끝에 어렵사리 작은 회사 취업에 성공했지만 출근 첫날 코로나19에 확진, 회사에 이를 알렸다. 하지만 일주일 격리가 끝나 '진짜 출근'을 앞두고 B씨는 회사로부터 "다른 사람을 뽑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직장 갑질도 덩달아 늘고 있다. 대체로 확진 기간 무급 휴가, 연차휴가 사용을 강요하는 것인데 반발할 경우 권고 사직을 당했다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29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인터뷰에서 "작년에 비해서 코로나19 갑질 제보가 두 배가량 증가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주까지 직장갑질119 이메일로 제보된 코로나 갑질 사례는 130여 건. 이 중에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는 19건이었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한 제보는 110건을 넘었다. 앞의 사례처럼 대개 무급휴가 사용 강요다.
이런 상황에 대해 오 위원장은 "정부의 입원‧격리자 유급 휴가비 지원사업이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정도에서 많이 누려지고 오히려 이 지원이 절실한 중소기업에서는 잘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사업자에 확진자 1인당 하루 4만5,000원씩 최대 닷새간 지원하며 코로나19 유급 휴가를 주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최저시급으로 계산해도 하루 일당이 7만3,000원 정도인 현실에서는 사업주가 유급 휴가 차액분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가장 큰 문제는 정부지원 제도가 '권고'라서 강제력이 없다는 점"이라며 "연차 사용을 강요하는 것이 위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처벌하기 어렵고 실효성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오 위원장은 정부가 2025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보편적 상병수당제도(아플 때 쉬면 국가가 일부 생활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앞당겨 시행하라고 제안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에서 36개 국가가 상병수당제도를 도입해서 아프면 쉴 수 있게 하고 있다"며 "도입이 안 된 나라가 한국이랑 미국 정도였는데 미국은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상병수당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확진자 1,100만 명인 지금, 정부가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서 직장인들이 안심하고 회사에 나갈 수 있게, 스스로를 보호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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