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11년만에 꺾고 아시아 최강임을 자부했던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아랍에미리트(UAE)에 뼈아픈 일격을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비록 무패로 카타르 월드컵행은 실패했지만 벤투호의 ‘불안 요소’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귀중한 오답노트를 챙긴 경기였다. 벤투호가 본선에서도 성공하려면 남은 8개월 동안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0차전 UAE와의 경기에서 0-1로 졌다. 후반 9분 하립 압달라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결국 이를 만회하지 못했다.
이날 벤투호는 강한 압박을 통한 역습 축구를 펼친 UAE에 고전했다. UAE는 자신들의 진영에서 공을 빼앗겼을 때 순간적으로 매우 강하게 압박하면서 벤투호 특유의 패스 축구가 나오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중원의 조타수였던 정우영(알 사드)은 UAE의 압박에 공을 잘 지켜내지 못해 불안감을 키웠다. 자연스럽게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의 정확도는 크게 낮아졌다. 함께 중원을 구성한 이재성(마인츠), 권창훈(김천)도 공격 전개가 매끄럽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좀처럼 공격의 물꼬를 트지 못했고, 양쪽 측면에서 크로스만 올리는 단조로운 공격 패턴이 반복됐다. 벤투호가 자랑하는 중원의 패스워크가 아닌, 좌우 풀백의 임기응변식 공격 전개에 의존했고, 공격은 계속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발가락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미드필더 황인범(카잔)의 빈자리가 커 보였다. 황인범이 없을 때 중원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는, 벤투 감독이 본선까지 남은 8개월 동안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세트피스에서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한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벤투호는 UAE와의 10차전에서 16차례나 코너킥을 얻어냈지만 한 번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한국은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후 유독 세트피스 득점과 거리가 멀었다. 지난 2019년 12월 부산에서 열렸던 동아시안컵 당시 세트피스 3골을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한 이후 이렇다 할 세트피스 득점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10차례 치른 월드컵 최종 예선 경기 동안 벤투호가 거둔 세트피스 득점은 시리아와 최종예선 3차전에서 나온 손흥민의 득점이 유일하다.
월드컵 본선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세트피스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세트피스는 활용만 잘하면 전력에 상관없이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무기다. 특히 강팀들이 즐비한 본선에서는 세트피스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붙박이 원톱’ 황의조가 결국 무득점으로 최종예선을 마친 점도 벤투 감독에게 고민거리일 것으로 보인다.
황의조는 활동량, 연계 능력, 결정력 등 모든 부분에서 말 그대로 벤투호의 '원톱' 공격수였다. 하지만 황의조는 최종예선 10경기 중 8경기에 나섰으나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지난해 6월 5일 투르크메니스탄과 2차 예선 경기(한국 5-1 승)에서 2골을 넣은 게 황의조가 벤투호에서 기록한 마지막 득점이다.
벤투 감독은 UAE와의 경기 후 “오늘 경기가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면서 “다음 소집까지 남은 기간이 상당히 길기 때문에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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