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치료제 등 중증화율 낮췄다 평가에
전문가들 "사망자가 더 늘어날 거란 신호" 비판
오미크론 확산의 여파로 사망자 수가 빠르게 늘면서 누적 사망자 수가 1만6,000명에 육박했다. 반면 2,0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위중증 환자 수는 여전히 1,300명대에 머물고 있다. 방역당국은 확진자에 대한 대응이 잘되고 있다는 자체 평가를 내놓으며 위중증 최다 예상치를 1,700명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통계상 착시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망자 3배 불어날 동안 위중증은 제자리걸음
30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로나19 사망자는 크게 늘고 있다. 3월 첫 주 901명이던 사망자는 △2주 1,348명 △3주 1,957명 △4주 2,516명으로 거의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주간 단위 신규 위중증 환자 수를 보면 3월 첫 주 819명 수준에서 △2주 881명 △3주 975명 △4주 1,093명로 그다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보통 사망자는 위중증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사망자 수보다는 위중증 환자가 훨씬 더 크게 늘어나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사망자 되긴 쉬워도, 위중증 환자 되긴 어렵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망자로 집계되는 건 상대적으로 쉬운데, 위중증 환자로 집계되기는 어려워서 발생한 현상이란 얘기다.
현재 방역당국 기준에 따르면, 위중증 환자가 되려면 '격리 기간' 중에 '고유량 산소요법, 인공호흡기,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 CRRT(지속적 신대체요법) 등으로 치료 중인 환자여야 한다. 반면 코로나19 사망자 집계의 기준은 '의료진의 판단'으로만 되어 있어 비교적 포괄적이다.
예를 들어 기저질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경우, 산소치료를 안 받거나 받는다 해도 격리 기간이 지난 뒤에 받았다면 위중증 환자가 아니다. 이 사람이 숨졌을 경우, 의료진 판단에 따라서는 코로나 사망자로 분류될 수 있다. 심지어 증상이 엄청 심하지만 빈 병상이 없어 산소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숨진다면, 사망자로는 분류돼도 위중증 환자로는 집계되지 않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선 병원에선 난리법석인데 방역당국은 통계상 여유가 있다고 한다"며 "위중증 환자 기준이 엄격하고 전원·전실 조치 등으로 중증 병상 수를 관리하다 보니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의료 시스템의 과부하를 알기 위해서는 위중증 환자뿐만 아니라 전체 중환자를 집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망자 앞으로 더 쏟아진다는 예고" 비판
하지만 방역당국은 예상보다 적은 위중증 환자 발생 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위중증 환자 증가폭이 당초 예측보다 낮다"며 "중증화율이 낮은 오미크론의 특성이나 먹는 치료제 처방 등을 통해 중증화율을 낮추고 있는 효과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역당국의 평가를 두고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는 예상보다 낮은 위중증 환자가 나왔다고 설명하지만, 지금처럼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면 위중증 환자가 줄어드는 게 맞다"면서 "매일 300~400명 정도가 죽음의 공포를 안고 중환자실로 향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교수도 "정부 설명대로 위중증이 줄고 사망자가 늘면, 위중증 환자 수가 줄어야 하는데 지금은 소폭이나마 계속 늘고 있다"며 "이건 앞으로 사망자가 더 늘 것이란 예고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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