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문부과학성, 14종 역사교과서 검증 심사 통과
①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
②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장
검정 심사 통과한 역사 교과서 내용 비판
"강제 연행→징용, 종군위안부→위안부, 독도는日땅"
"2018년 日 정부의 학습지도 요령 따라 기술"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 심사를 통과한 역사 교과서 14종이 일제히 '강제 연행', '종군 위안부' 표현을 삭제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철저하게 국가 개입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본 정부가 조선인 노동자의 '강제 연행',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은 부적절하고 '징용'이나 '위안부'로 써야 한다고 공식 의견을 냈고, 2018년 교과서 집필 기준 격인 '학습지도 요령' 역시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수정한 점에 비춰 압박을 받은 출판사들이 검정 통과를 위해 교과서를 우익화 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3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이번 검정 교과서를 두고 "어떻게 보면 국정교과서라고 봐야 할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가 이런 진단을 내놓은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①우리의 교육부 격인 문부과학성이 2014년 교과서 집필 기준인 '학습지도 요령'을 만들었고 2018년에 이를 개정했는데, 그때 이미 '독도는 일본 영토' 등 문제적 왜곡이 그 '요령' 안에 있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②문부과학성은 이번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강제 동원' 등의 표현이 '정부의 통일적 견해에 기초한 기술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출판사에 수정을 요구했다. 이 교수는 "작년 스가 요시히데 내각에서 '강제 징용', '종군 위안부' 대신 '징용'과 '위안부'로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정부 입장을 공식 채택했다. (29일 통과된 역사 교과서는) 이것에 따라 검증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검증을 통과한 역사 교과서는 일본사탐구 7종, 세계사탐구 7종 등 모두 14종이다. 대부분의 역사 교과서에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가 '강제 연행'이 아닌 '동원'됐다고 서술했고,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은 사라졌다. 그나마 종군 위안부가 만들어지는 데 일본군이 관여했고 강제적으로 동원했다는 점을 설명하는 교과서는 단 1종에 불과했다.
독도에 대한 일방적인 영유권 주장을 담은 교과서도 늘어났다. 당초 세계사 과목의 경우 독도 관련 내용이 아예 없었지만, 이번엔 2개 교과서가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썼다. 이 교수는 "거의 모든 교과서에서 일본군이라든지 종군이라는 말을 다 뺐다. 위안부라고만 표기가 되면 이것은 마치 자발적인 매춘이라든지 자발적인 행위라고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노담화' 계승한다는 일본, 역사교과서는 왜 왜곡하나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소장은 일본 교과서에서 '강제 동원'이란 말이 삭제된 맥락에 집중했다.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이 소장은 "(일본)사람들이 교묘한 것인데, 식민지하고 피식민지를 구분한다. 식민지는 합법적 상황이기 때문에 강제로 데려온 것이 아니고 법에 의해서 정당하게 데려왔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고, 중국과 같은 점령지에서는 강제로 연행했던 사실도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일선 고교에서 가장 많이 채택하고 있는 야마카와출판사의 일본사탐구의 경우 당초 '조선인·중국인이 일본에 연행돼 탄광과 공장 등에서 노동을 강제당했다'고 기술했지만, 검정 이후에는 '조선인이 징용되고 점령하 중국인도 일본 본토로 연행돼 공장 등에서 일 시킴을 당했다'고 수정됐다.
이런 교과서 왜곡이 1993년 고노담화를 정면으로 부정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 소장은 "우리가 생각할 때는 당연히 모순"이라면서도 "아베 정권 이후 '고노담화는 계승한다'면서도 그것에 대한 해석을 (우리와) 달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고노담화는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모집이나 위안소 운영 관여를 이야기했다"며 "그런데 아베 총리는 그것을 '강제로 물리력을 동원해서, 총칼을 동원해서' 여성들을 끌고 간 적은 없다. 그런 논리를 폈다. 일본군은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법은 없을까. 이영채 교수는 "아직도 (일본) 교육 현장이나 시민단체들이 이 문제(교과서 왜곡)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다양하게 일본 교과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교뿐 아니라 학계, 시민운동 등 다양한 채널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이 소장 역시 "고등학교에서도 문제 있는 교과서들을 채택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상당히 있다. 그런 교사들이 실질적으로 자료를 접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시민)운동이 아주 중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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