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차 공시하고, 필요시 점검 강화
은행 "금리 상승은 가산금리 아닌 지표금리 탓"
개입 강화 땐 저신용자가 오히려 피해볼 수도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이 ‘연 6%’를 돌파하면서 새 정부의 대출 관련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찔끔' 오르는 예금금리와 달리, '껑충' 뛰는 대출금리를 바로잡기 위해 마련된 ‘예대금리차 공시제도'가 대표적이다.
1년 만에 1%포인트 넘게 올랐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5년 고정 후 변동금리)는 이날 기준 4.18~6.08%로 나타났다. 전날(4.11~6.01%) 10년 만에 대출금리 상단이 6%를 돌파한 데 이어, 더 오른 것이다.
전체 은행권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은행이 실제 취급한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액)는 3.91%를 기록해, 2014년 7월(3.93%) 이후 7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1년 전(2.83%)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무려 1.08%포인트에 달한다. 1월 예대금리차(잔액 기준) 역시 2.24%포인트로 2019년 7월 이후 30개월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예대마진 줄어들까… "글쎄"
예대금리차 확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도록 하고, 필요시 금융당국이 나서서 가산금리의 적절성을 검토하거나 담합요소를 점검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최근엔 국민의힘에서 은행들의 예대마진 수익 순위까지 공개하는 등 은행 압박 수위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해당 제도의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최근 대출금리 상승은 은행들의 예대마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가산금리'가 아닌 지표금리 상승 탓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표금리가 오를 때는, 은행도 조달비용을 많이 부담해 예대마진이 벌어진다고 해서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며 "최근의 대출금리 상승은 은행이 인위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려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평균 주담대 가산금리는 2.88%로, 가계대출 금리가 역대 최저치를 찍은 지난해 8월(2.87%) 대비 불과 0.0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미 은행들의 가산·지표금리가 공시되고 있다는 점도 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높이고 있다. 현재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평균·가산·우대·지표금리를 매월 공시하고 있다. 가산금리의 적절성 여부 또한 이미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대금리차 공시제도가 오히려 대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대금리차나 가산금리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강해질 경우, 은행들은 대출자의 신용에 따른 대출금리 산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회피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신용자는 은행 간 대출 경쟁으로 현재 수준보다 낮은 금리의 수혜를 볼 수 있지만, 저신용자는 은행권 밖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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