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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상 '다이궁'에 발목잡힌 면세점... 1조대 수수료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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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상 '다이궁'에 발목잡힌 면세점... 1조대 수수료 '한숨만'

입력
2022.04.01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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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면세점 외국인 대부분 다이궁
다이궁 알선 수수료 급증...출혈 커져
"위험 큰 사업...면세점 전매권 경매 고려해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입국자를 대상으로 자가격리 면제 적용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출국 수속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입국자를 대상으로 자가격리 면제 적용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출국 수속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2019년은 국내 면세업계에 그야말로 '화양연화'였다. 한국면세점협회가 집계한 그해 면세점 이용 외국인은 2,001만6,150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이들이 올려준 매출액은 20조 원이 넘었다. 내국인 매출액의 5배에 달했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이용객은 2020년 328만8,417명, 지난해 66만5,579명까지 급감했다. 이용객이 5분의 1 토막 났으니 매출도 이예 비례해 줄어드는 게 당연하지만 정반대였다. 오히려 지난해 외국인 매출(17조54억 원)이 2020년(14조5,855억 원)보다 17%가량 늘었다.

이유는 다이궁(代工·보따리상)에 있었다. 업계는 지난해 외국인 이용객 대다수를 다이궁으로 추정한다. 이들의 면세품 대량 구매가 매출을 키우는 비정상적인 시장이 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간 깊은 침체기에 빠졌던 면세업계가 다시 기지개를 켜자 다이궁에 휘둘리는 사업 구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알선 수수료 인하 등 자구책을 내놓지만 근본적인 한계를 깨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자성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를 겪으며 다이궁 의존도가 이전보다 훨씬 커진 기형적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3년간 면세점 이용객과 매출액. 그래픽=김대훈 기자

3년간 면세점 이용객과 매출액. 그래픽=김대훈 기자


지난해 면세점 이용 외국인 66만 명..."대부분 다이궁"

다이궁의 영향력은 면세업자가 다이궁을 유치하기 위해 여행사에 쥐어주던 수수료에서 드러난다.

31일 호텔롯데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다이궁에게 전달한 수수료를 포함한 지급 수수료는 1조4,934억 원으로 2020년(4,577억 원)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면세점 매출액은 3조7,184억 원으로 전년(3조1,493억원)보다 늘었으나 수수료 부담 또한 증가해 영업손실이 288억 원이다. 전년(219억 원)보다 적자 폭이 더 커졌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의 지난해 알선 수수료도 1조629억 원이다. 2020년 3,109억 원에서 3배 이상 증가했다. 면세사업 매출액(3조3,497억 원)의 약 3분의 1이 다이궁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수수료 부담으로 호텔신라의 기타영업비용은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1조1,918억 원)보다도 많은 1조2,987억 원을 기록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알선수수료 급증...'갑'이 된 다이궁

호텔신라는 여행사를 통해 들어오는 개인 다이궁이 많았던 2020년과 달리 지난해에는 여행사가 아예 다이궁 모객을 직접하는 기업형 다이궁이 많아 수수료 지급방식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개인 다이궁에게 수수료 일부를 선불카드 등 구매가 할인 방식으로 주다 지난해에는 모두 알선 수수료로 전환돼 액수가 급증한 것처럼 보인다는 설명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3배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이궁 알선 수수료가 크게 증가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 확산 시기 다이궁은 면세업계의 유일한 생명줄이 됐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다이궁이 '갑'이 되면서 코로나19 초기 10%대였던 수수료는 지난해 하반기에는 30% 중후반까지 올라갔다"며 "일부 여행사는 높은 수수료율을 역제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 면세점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면세점의 모습. 연합뉴스


호황기 마구 늘어난 시내 면세점...불황기엔 개점휴업

과도한 다이궁 의존은 면세업계 전체 매출의 90%가량을 책임졌던 시내 면세점의 침체와도 연관이 있다. 1970년대 탄생한 시내 면세점은 다이궁을 비롯해 중국 관광객이 몰려오던 시기 한국이 세계 면세점 순위에서 선두를 차지하게 한 일등공신이었지만 불황기에는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갔다.

이는 정부가 심사를 거쳐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는 특허제도(전매권 제도)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면세업은 환율 변동, 외부 상황 변화에 따라 위험도가 커 아무나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닌데, 중국 관광객이 몰려온 2010년대 중반 정부가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면세점 허가를 너무 많이 내 줬다"고 말했다.


28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다. 인천공항=뉴스1

28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면세점을 둘러보고 있다. 인천공항=뉴스1


면세업 발전 위한 중장기 로드맵 필요

면세점의 다이궁 의존을 낮추는 근본적인 대책은 외국인 이용객 다변화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업계 부양책으로 현행 600달러인 내국인 면세한도 상향 같은 제도 완화 요구도 나오지만 시각은 엇갈린다. 서용구 교수는 "한국은 아직까지 자연이나 문화관광보다는 결국 쇼핑관광이 가장 매력적"이라며 "면세한도를 1년간 없애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해외 관광객 유치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면세한도는 결국 사치재 면세와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관세청 역시 면세한도는 기획재정부 소관이라는 입장이다.

관세청이 심사를 통해 면세점 사업자를 정하는 현행 방식을 경매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 면세점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등록제나 경매제 도입안을 논의하다 결국 특허제 유지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당시 경매제 도입을 주장했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는 "면세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 성장만 하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난 2년간 경기 변동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학습이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면세업의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용구 교수는 "그간 관세청이 허가권만 가지고 국가적 전략없이 면세사업을 펼쳤다"며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문화관광을 키우고 연간 3,000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올 수 있는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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