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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학번 새내기가 된 만학도들 "100세 인생 배움 꿈 향해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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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학번 새내기가 된 만학도들 "100세 인생 배움 꿈 향해 달립니다"

입력
2022.04.02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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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예술대 보건복지학부 22학번 만학도 4인
한때 포기한 배움의 꿈, 대학에서 새로운 시작
"2호선 통학 설레" "대학생이라 당당해"
가족·주변 도움 덕분에 용기 얻어
"앞으로도 배우고 도우며 살고 싶어요"

백석예술대 보건복지학부 22학번 새내기로 입학한 만학도들이 지난달 28일 강의실에서 새로 발급받은 학생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변숙자(58), 한송자(59), 신은경(59), 박현옥(64)씨. 김소희 기자

백석예술대 보건복지학부 22학번 새내기로 입학한 만학도들이 지난달 28일 강의실에서 새로 발급받은 학생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변숙자(58), 한송자(59), 신은경(59), 박현옥(64)씨. 김소희 기자

"나이 먹고 대학에 와서 미팅을 못 해보는 게 좀 아쉽긴 하네요, 하하."

백석예술대 22학번 새내기로 입학한 만학도 한송자(59)씨는 젊은 시절 포기한 대학 진학의 꿈을 이제서야 이루게 됐다. 30대 초반 학원 새벽반을 다니며 중등 검정고시에 합격했지만 고등 검정고시는 과락 기준에 걸려 통과하지 못했던 한씨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고 했다. "기초가 없으니까 따라가기가 힘들더군요. 자식들도 어렸으니까 일단 열심히 일하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공부하자는 생각이 항상 마음속에 있었죠." 당시 꿈을 가슴에 묻은 한씨는 지난 2월 학력인정 평생학교인 일성여고에서 졸업장을 따고 올해 대학생이 됐다.

(관련기사: "졸업은 새로운 배움의 시작" 여성 만학도 492명, 꿈☆을 이루다)

한씨를 비롯해 일성여고 졸업 후 올해 백석예술대 보건복지학부에서 실버케어비즈니스 전공을 시작한 새내기 만학도 4인을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백석예술대 사랑동 강의실에서 만났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보다 훨씬 여유 있는 점심시간도, 전공 서적으로 무거운 가방도, 대학 학생증으로 받는 할인마저도 설렘의 연속이라는 이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잠시 미뤘던 배움의 꿈을 대학에서 펼치고 있다.

충남 당진에서 30년 동안 직장인으로 살던 신은경(59)씨는 "어느 날 TV에서 만학도의 졸업식이 나오는 걸 보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에 6년 전 서울로 이사를 왔다"고 말했다. 변숙자(58)씨는 인천에서 통학하며 왕복 4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내지만 '성공의 2호선'으로 대학을 다니는 게 꿈만 같다. 변씨는 "그간 배우지 못했다는 한이 있었는데 대학이라는 벽을 넘고 나니 '변숙자는 대학생'이라는 마음가짐 하나로 어딜 가나 당당해진다"고 했다. 수석입학생 박현옥(64)씨는 "사실 공부를 마쳤을 세대다 보니 고등학교를 다닐 땐 주변에 공부한다는 걸 밝히기가 꺼려졌지만, 지금은 '나 강의 들으러 간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했다.

새내기 대학생이 된 만학도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백석예술대 사랑동 강의실에서 보건복지학부 전공 수업을 듣고 있다. 김소희 기자

새내기 대학생이 된 만학도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백석예술대 사랑동 강의실에서 보건복지학부 전공 수업을 듣고 있다. 김소희 기자

아직은 온라인으로 과제를 올리는 방법도, 매일 제각각인 대학 시간표도 익숙지 않아 도움을 받으며 적응하고 있는 이들은 가족의 지원이 없었다면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신씨는 "몇십 년을 쉬었다 시작한 공부이기 때문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가족이 '걱정 말고 공부하라'고 도와줬다"며 "조카도 노트북을 사 줬다"고 웃었다. 변씨의 남편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차려 준다. 주변에서는 비싼 전공 책을 살 때 보태라며 십시일반 현금을 보내 주기도 했다.

속도가 느릴진 몰라도 배움의 꿈을 향한 이들의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 한씨는 특기를 살려 미용 봉사를 하는 게, 신씨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고 노인 상담사가 되는 게 목표다. 변씨는 노후에 무료급식소 같은 복지 사업을 하며 살고자 하는 꿈이 있다. "전공 수업에서 배운 것처럼 앞으로는 120세가 넘을 때까지 산다고 하는데 저희는 아직 절반도 안 됐잖아요. 남은 삶도 배우면서 살고 싶어요." 박씨는 "다시 오지 않을 대학 생활을 무엇보다 후회 없이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 방범대원 봉사를 해본 적이 있어요. 그때 느꼈습니다. 나이를 먹어도 100세 시대에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는 걸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 조금이나마 참여하고 싶어요."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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