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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통·설사 한달 이상 지속?…'단순 배탈' 아닌 이 질환 의심해야

입력
2022.04.03 17:30
수정
2022.04.03 17: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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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성 장 질환을 잘 알수록 약한 약으로도 증상을 잘 조절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염증성 장 질환을 잘 알수록 약한 약으로도 증상을 잘 조절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복통과 설사 등이 4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배탈이 아니라 장내 염증이 지속하는 ‘염증성 장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염증성 장 질환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장염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 등과 달리 수개월에 걸쳐 증상이 나타나고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특성이 있다.

나수영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설사나 복통이 생기면 대부분 과음ㆍ과식ㆍ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여겨 가볍게 넘기기 쉽다”며 “증상이 자주 반복되면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염증성 장 질환은 만성적으로 장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베체트병이 있다. 국내 환자의 대부분은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 환자다.

크론병은 10~20대 환자가 제일 많고, 궤양성 대장염은 30대 중ㆍ후반에 흔히 발생한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이르는 위장관 전체에 염증이 발생하며, 반면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발생한다.

크론병은 장 깊숙이 염증이 침투하기에 장이 좁아지거나 터지는 합병증이 많이 생긴다. 반면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점막에서만 염증이 발견돼 설사와 혈변을 일으킨다.

윤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 장 질환에 걸리는 젊은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인스턴트 식품 과다 섭취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며 “젊은 나이에 염증성 장 질환이 발생하면 합병증ㆍ예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장년층 환자보다 좋지 않다”고 했다.

염증성 장 질환은 ‘선진국병’으로 불린다. 붉은 고기, 당류ㆍ나트륨 과다 섭취를 즐기는 선진국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선진국형 식습관이 정착돼 환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고성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 장 질환은 서구에서 유병률이 높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염증성 장 질환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어 서구화된 식습관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염증성 장 질환 국내 환자는 2018년 연간 7만 명이었지만 2025년에는 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에는 성별 차이가 없었지만 최근에는 남성 환자가 여성 환자의 1.5배 정도로 많다.

염증성 장 질환은 유전ㆍ환경ㆍ면역ㆍ식이ㆍ흡연ㆍ항생제ㆍ소염진통제 과다 사용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복통과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염증성 장 질환은 혈액 검사, X선 검사, 대장 내시경 검사, 조직 검사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진단한다. 치료는 약물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다. 약물 치료는 항염증제, 면역 조절제, 스테로이드 등이 있으며 최근 생물체에서 유래된 물질을 이용한 생물학적 제제가 주로 사용된다.

수술적 치료는 약물 치료로 효과가 없거나 협착ㆍ천공(穿孔)ㆍ대장암 등 합병증이 발생할 때 시행한다.

염증성 장 질환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완치는 어렵다. 따라서 염증을 조절해 증상을 완화하고, 위장관에 상처를 남기지 않는 것이 주요 치료 목표다.

염증성 장 질환을 꾸준히 치료받으면 증상이 나아지는데 이때 환자 본인 판단으로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증상이 심하게 재발하는 일이 적지 않기에 꾸준한 약 복용과 함께 생활 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고봉민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 장 질환 환자는 일반인보다 대장암 발생 위험이 2.5배 더 높다”며 “따라서 질환에 노출된 기간이 길거나 대장 침범 부위가 넓은 환자는 정기검진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고 교수는 이어 “염증성 장 질환은 환자가 질환을 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진단이 늦어질수록 치료가 어렵고 합병증도 심하므로 가족력이 있거나 복통, 설사 등 증상이 장기간 나타나면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위해 최대한 빨리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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