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발행 '혐오차별 대응하기' 책자
이준석·이해찬 발언 '혐오표현' 소개
2030 여성들이 소설과 영화 등을 통해 본인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근거 없는 피해의식을 가지게 된 점이 분명히 있다…'82년생 김지영'의 작가는 자신이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는데,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 아닌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지난해 5월 8일 한국경제 인터뷰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간한 한 책자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이 발언을 혐오표현으로 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 뿐만 아니라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발언, 정당의 논평 등에서도 '혐오표현'이 다수 발견돼 정치권 인사들의 빈약한 인권 감수성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2일 인권위가 발행한 '혐오차별 대응하기' 책자에 따르면, 이 책자는 이준석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 여상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 박용찬 전 한국당 대변인 등 다수 정치인 발언과 논평을 혐오표현으로 지목했다. 이 책자 부록 '혐오표현 목록'엔 '여성혐오나 차별은 망상에 가까운, 소설·영화를 통해 갖게 된 근거없는 피해의식'이라는 발언이 '이○○ 당대표 발언'으로 등재돼 있다. 이 대표의 인터뷰 발언이 여성·페미니스트에 대한 혐오표현이라는 것이다.
"선천적인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와 의지가 좀 약하다"(2020년 1월 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 "신체장애인보다 더 한심스러운 사람들. 정치권에는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의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2018년 12월 당 전국장애인위 발대식)는 이해찬 전 대표의 발언은 장애인에 대한 혐오표현으로 규정됐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을 비판하기 위해 박용찬 당시 한국당 대변인이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이라고 논평을 냈는데 인권위는 이 또한 장애인에 대한 혐오표현이라고 봤다.
책자는 청소년 혐오차별에 대응하기 위한 워크숍 프로그램 교안으로 쓰이기 위해 발행됐다. 여기서는 혐오표현을 ①특정한 속성을 가진 집단을 대상으로 ②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③특정 집단을 모욕, 비하, 멸시, 위협하거나 이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조장하는 효과를 가진 표현으로 정의하고 있다.
책자는 이외에도 "성소수자를 인정하게 되면 근친상간, 소아성애, 수간까지 비화될 것"(이채익 의원, 2017년 9월 김명수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웃기고 앉아 있네 XX 같은 게"(여 전 의원, 2019년 10월 국정감사장) 등의 발언을 혐오표현으로 지목했다.
한국 사회의 혐오 문제를 다룬 '말이 칼이 될 때'의 저자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의 발언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표현 자체는 혐오표현이라고 하기 어려워도 차별을 조장할 여지가 있는 암시적 표현이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대중들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편 박진 인권위 사무총장은 전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과 면담한 뒤 "이준석 대표의 발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혐오나 차별이 없는지 관심을 갖고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장연은 단체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 "서울 시민을 볼모로 한 불법 시위"로 규정한 이 대표 발언을 문제삼았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이날 "인권위가 이준석이 장애인 혐오를 했다고는 말 못하니 무슨 사회적 영향을 밝히겠다고 하는지 기대하지만, 신속하게 해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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