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착취의 지옥도, 그 후]
<29>IT개발의 하청, 재하청 구조
발주기관과 직접 계약 8.7% 불과
절반 이상 하청업체에 고용 상태
'꿈의 직업' 뒷면 신규 개발자 착취
관련법 부재로 임금 착복 고착화
'네카라쿠배당토’. 네이버와 카카오, 라인플러스,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는 개발자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 꿈의 기업으로 꼽힌 지 오래다.
수요가 늘며 억대 연봉을 받는 개발자들도 많아졌다. 이런 이면에 신입 개발자들이 IT인력파견업체로부터 한 달 수백만 원의 임금 중간착취를 당하면서 최저임금을 받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소프트웨어(SW) 개발자는 파견법 제5조 제1항과 하위법령에 따라 컴퓨터 관련 전문가·준전문가에 해당돼 법적 인력 파견이 가능하다. 고용창출과 노동 유연성 확보를 위한 조치였지만, 업계에서 이런 간접고용이 광범위하게 쓰이면서 파견 개발자들의 처우가 열악해지는 빌미가 됐다.
사업을 발주하는 발주기관과 원청(수주사)을 지나 하청에 재하청, 재재하청까지도 흔하게 이뤄진다. IT인력파견업체에서 일한 적이 있는 개발자 김모(28)씨는 "내가 계약을 하면서도 갑을병정 중 병인지, 정인지도 모르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일을 처음 시작한 신입 프리랜서 개발자는 업계의 상황을 잘 모를뿐더러 경력이 없으므로 이런 파견업체를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2020년 발표한 프리랜서 SW계약자 실태조사(1,032명 대상 온라인 조사)에서 발주기관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비율은 8.7%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59.1%)은 하청업체에 고용된 상태였고, 이 중 2차 이하의 하청업체에 고용된 비율도 23.2%에 달했다. 원청 고용은 25.8%였고, '잘 모른다'고 답한 비율도 6.4%였다.
여러 단계의 하도급을 거칠수록 소개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실제 일하는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파견업체로 등록하지 않은 무허가 불법파견업체와, 프로젝트 일부를 하청받아 독립적으로 사업을 완성하는 도급계약을 맺어 놓고 실제로는 근로자를 파견해 원청의 지시를 받아 일하게 하는 위장도급(불법파견) 형태도 흔하다.
2014년 하도급 제한규정을 SW산업진흥법에 도입했으나, 공공사업만 규제를 받는다. 공공사업은 전체 프로젝트의 20%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종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연구원은 'it서비스 분야의 근로환경 특수성과 개선방안 이슈리포트'에서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하층부 개발자는 낮은 고용안전성과 낮은 임금 등의 상황에 놓인다"면서 "초급 개발자는 이런 일자리가 열악함을 알면서도 생계와 경력을 쌓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나 개발자 교육기관에서는 "1~2년만 바짝 고생하면 다른 개발자들만큼 벌 수 있다"고 이들을 달래기도 한다는 것.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임금 중간착취를 당하지 않도록 수수료 상한선을 정하거나 원청이 인건비를 지접 지급하는 방안 외에도, SW근로자를 위한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SW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 △SW의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감독 기준 △SW프리랜서 피해구제 체계 구축과 사회적 안전망 마련 등을 제안했다. 재하도급이 만연한 건설업계의 건설근로자법과 같이 SW개발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입법적 해결방안을 도모하고, 체불임금 및 금전손실을 막기 위한 '원스톱 소통창구'나 피해 상황 모니터링 등 제도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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