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일 새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덕수(73) 전 총리를 지명했다. 정책 능력이 검증된 정통 관료 출신으로, 급변하는 ‘경제안보 시대’에 대응할 적임자라는 점이 인선 포인트다.
여소야대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총리 인준 표결 관문을 넘으면, 한 후보자는 김종필·고건 전 총리에 이어 진보·보수 정권을 넘나들며 총리에 오르는 세 번째 인물이 된다.
尹 "'경제안보 시대' 철저히 대비해야... 韓이 적임자"
윤 당선인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 후보자는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한 후보자의 경제, 통상, 외교 분야 식견이 깊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새 정부는 대내외적으로 엄중한 환경 속에서 경제 재도약 기틀을 닦아야 하고, 경제와 안보가 하나 된 ‘경제안보 시대’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면서 “한 후보자는 민관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각을 총괄하고 조정하면서 국정 과제를 수행해 나갈 적임자”라고 했다.
기대에 화답하듯, 한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의 4대 중장기 과제로 △국익외교와 강한 국방 △재정건전성 △국제수지 흑자 유지 △생산력 제고를 꼽았다. 노무현 정부 재정경제부 장관과 국무총리, 이명박 정부 주미대사 등을 지낸 전문성과 경륜을 바탕으로 국정운영의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한 후보자는 “경제와 안보가 하나로 뭉쳐 굴러가면서 이제까지 생각했던 세계화와 개방, 시장경제를 다소 변경해야 한다”며 “시기를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력직 책임총리'로 국정 초 안정 담보
윤 당선인이 파격 혹은 깜짝 인사를 하는 대신 안전한 '경력직 총리'를 택한 건 정권 초 국정 운영 동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민생 파탄,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대형 위기를 안고 정권을 출범시켜야 하는 입장에선 인사로 모험을 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40여 년간 '유능한 관료' 타이틀을 놓치지 않은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정책 능력을 보완하는 최선의 카드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한 후보자는 상당한 국정 권한을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실 규모와 권한을 줄이고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에게 힘을 실어 시스템 통치를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궁극적으로는 대통령 책임이지만, 정부는 대통령과 총리, 장ㆍ차관 등 주요 공직자가 함께 일하고 책임지는 구조”라고 했다. 차관 인사에 대해서도 “가장 가까이에서 일할 분(장관)의 의견이 제일 존중돼야 한다는 것에 저와 한 후보자 생각이 같다”고 했다.
'국민통합' 상징성도... 韓 "통합과 협치 중요"
한 후보자는 국민통합 상징성도 갖췄다. 호남(전북 전주) 출신인 데다, 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 정부에서 두루 차관급 이상 고위직을 역임했다. 공직자로서 그는 정치적 성향을 잘 드러내지 않고 업무에만 몰두하는 ‘일벌레’ 스타일로 유명했다.
윤 당선인은 2일 한 후보자와 3시간가량 '샌드위치 회동'을 하면서 야당과의 협치를 각별히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파색이 옅은 한 후보자라면 야당과 협의로 입법 과제를 원만하게 추진해나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 후보자도 3일 “협치와 통합이 굉장히 중요한 정책 성공의 요소가 될 것”이라며 “윤 당선인과 행정부, 입법부, 국민과 협조하며 좋은 결과를 내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여소야대 국회 인준, 2007년처럼 무난 통과?
윤 당선인 측은 한 후보자가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를 지낸 만큼 더불어민주당의 검증 문턱을 어렵지 않게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녀가 없고, 병역도 마쳤다. 한 후보자는 2007년 국회 본회의 총리 임명동의 표결 때 찬성 210표, 반대 51표를 받아 무난히 인준됐다. 다만 15년이 흐르는 사이 공직자 도덕성에 대한 국민 눈높이가 엄격해졌다는 점, 한 후보자가 공직을 떠난 이후 최근 몇 년간의 재산 문제 등이 공백이라는 점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한 후보자는 "진정성 있게 최선을 다해 인사청문회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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