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무사 자격시험에서 일부 문항 채점에 문제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돼 재채점이 이뤄지게 됐다. 다만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유리하게 출제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해 시행한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공무원 출신 합격자 폭증... 특혜 논란에 '특정감사' 착수
이번 감사는 작년 세무사 시험에서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불공정 논란이 제기되자 시작됐다. 세무사 자격시험은 1·2차로 나뉘는데, 2차 시험은 회계학 1·2부, 세법학 1·2부 등 4개 과목 평균 점수가 높은 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한다. 이 중 한 과목이라도 40점을 넘지 못하면 과락으로 탈락하게 된다.
그런데 작년 시험에서 일반 응시생 3,962명 중 82.1%(3,254명)이 세법학 1부 과목에서 40점 미만을 받아 과락으로 탈락했다. 이는 최근 5년간 해당 과목 평균 과락률이 40%에 미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문제는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생 상당수가 세법학 1부 과목에 대해 면제를 받았다는 점이다. 국세 경력 20년 이상자 또는 10년 이상자 중 5급 이상으로 5년 이상 재직자는 1차 시험 모든 과목이 면제되고 2차 시험 중 세법학1·2부를 면제받는다. 이로 인해 세무사 2차 시험에서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 비중이 전체 706명 중 151명으로 21.4%를 기록했다. 2020년 2.4%, 2019년 4.8%, 2018년 1.8%와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폭증한 수치다.
탈락한 수험생 중 일부는 '세무사시험개선연대'를 꾸린 후 합격자 선정 방식이 공정하지 않고 시험 출제 및 채점 과정에 공단의 재량권이 남용됐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같은 답인데 점수 달라"... 채점 미흡 확인
이에 고용부는 작년 12월 20일부터 올해 1월 14일까지 4주간 감사에 돌입했고, 그 결과 일부 답안 채점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세법학 1부 문제 4번의 물음 3의 경우 채점 위원이 같은 답에 다른 점수를 매기기도 했고, 채점 담당자가 이를 제대로 확인·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출제위원 선정 때 전산 선정 시스템에 따라 부여된 우선순위대로 선정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난이도 측면에서도 2차 시험 과목 전체 16개 문항 중 10개 문항에서 예상 난이도와 실질 난이도가 일치하지 않는 등의 문제 현상을 발견했다.
이에 고용부는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에 '기관 경고'를, 관련자 등 6명에 대해서는 징계 조처를 하도록 했다. 세법학 1부 4번의 3번 문항에 대해선 응시생 전원의 답안지를 재채점하도록 공단 측에 권고했다. 또 점수 산정 방식도 채점 때 2인 이상 함께 점수를 내도록 바꾸고, 채점 완료 전 검토 프로세스를 마련하라는 권고 조치도 내렸다.
난이도 조작 등 핵심 의혹에 대해선 "사실 아냐"
그러나 △일반 응시생의 합격률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반 응시생 문제만 어렵게 내고 까다롭게 채점했다 △그 과정에서 국세청 관련자들이 개입했다는 등의 의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영헌 고용부 감사관은 "난이도 조작의 경우 모든 출제위원들이 다 공모해야 한다는 얘긴데, 실제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관련 의혹도 문제 출제에 관여한 정황이 없고, 사전 유출 의혹 문제도 기존 기출 문제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또 재채점을 통해 합격자가 바뀔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업인력공단이 할 수 있는 일은 재채점까지이고, 재채점 결과를 받아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은 국세청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는 감사 결과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일부 문항만을 재채점하는 것은 더 큰 불공정을 낳을 뿐"이라며 세법학 1부 전면 재채점과 합격자 재선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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