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덕유산자연휴양림과 향로산자연휴양림
독일가문비나무는 이름에서 보듯 유럽이 원산이다. 곧은 원뿔 모양의 수형이 아름다워 크리스마스트리로 가장 흔히 이용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독일 서남부 산악지대를 검푸르게 뒤덮고 있는 흑림(Schwarzwald)도 이 나무가 주종이다. 요즘은 국내에서도 공원이나 정원의 조경수로 심지만 울창한 삼림은 보기 힘들다.
국내에서 독일가문비나무가 숲을 이룬 곳은 단 한 군데, 해발 약 700m에 위치한 무주 설천면 덕유산자연휴양림이 유일하다. 1931년에 심었으니 100년을 바라보는 숲이다. 일본 홋카이도제국대학이 외래 수종의 생육에 적합한 지역을 찾기 위해 시험 삼아 조성한 인공조림이다. 한반도를 영원한 일본의 식민지로 여긴 때문이리라.
의도는 개운치 않지만 나무는 죄가 없다. 잘 자란 200여 그루의 독일가문비나무는 산림청이 2000년부터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생태적 보전가치와 학술적 연구가치가 높은 까닭이다. 현재 평균 키는 23m, 가슴높이 지름은 36㎝ 정도다. 부피는 국내 전체 나무의 평균보다 5배 이상이라고 한다. 가장 큰 나무는 높이 30m, 가슴높이 둘레 256㎝에 달한다. 어른 둘이 손을 맞잡아야 안을 수 있는 크기다.
휴양림 입구에서 약 600m 숲길을 따라가면 왼편에 안내판이 보인다. 휠체어도 다닐 수 있도록 목재 덱 산책로가 깔린 숲으로 들어가면 하늘 높이 치솟은 독일가문비나무가 늠름하고도 우아한 자태를 드러낸다. 구상나무, 가문비나무, 종비나무 등 상록침엽수는 모양이 비슷해 구분하기 힘든데, 독일가문비나무는 여린 가지가 아래로 처져 있어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솔방울보다 굵고 길쭉한 열매도 아래를 향해 달린다. 그늘을 짙게 드리운 산책로 끝에는 제법 넓은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휴양림에서 명상이나 요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다. 200여 그루 숲이니 넓지는 않지만 잠시나마 북유럽의 색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덕유산은 덕이 넘치도록 넉넉한 산이다. 휴양림에는 독일가문비나무 외에도 리기다소나무와 잣나무, 낙엽송 조림지가 넓게 분포한다. 특히 잣나무 숲속에 덱 야영장이 조성돼 있어 청량한 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인공조림 외에 생강나무와 층층나무, 노린재나무와 개옻나무 등 교목과 관목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서 사계절 신선한 휴식처다. 계곡 주변으로 여러 갈래의 산책로가 연결돼 있어 숲이 주는 선물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무주읍 뒤편에는 향로산자연휴양림이 있다. 향로산은 높이 420m에 불과하지만 덕유산과 적상산 등 지역의 명산을 제치고 무주의 진산으로 대접받는다. 바람막이처럼 읍내를 두르고 있고 접근이 수월한 때문이다. 향로산 자락에 위치한 자연휴양림도 처지가 비슷하다. 높은 산의 웅장함이나 깊은 계곡의 아늑함은 부족하지만 한두 시간 나들이 코스로 부담이 없다.
무엇보다 산꼭대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내도리 앞섬마을 풍광이 일품이다. 금강이 360도 가까이 휘돌아 가는 육지 속 섬마을 지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주말과 공휴일에 정상 부근까지 가는 모노레일(성인 5,000원)을 운영한다. 1.5km 산자락을 천천히 거슬러 오르는 데 약 15분이 걸린다.
나무에 얹어 놓은 것 같은 ‘트리하우스’와 흙 속에 반쯤 묻힌 형태의 ‘동굴하우스’ 등은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산 중턱에는 조만간 ‘거울하우스’가 문을 열 예정이다. 넓은 창문으로 자작나무 숲이 액자처럼 걸리는 숙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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