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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는 세계 공통어일까

입력
2022.04.08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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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이 지난달 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코다'의 배우 트로이 코처에게 남우 조연상을 시상하고 있다. AP 뉴시스

윤여정이 지난달 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코다'의 배우 트로이 코처에게 남우 조연상을 시상하고 있다. AP 뉴시스

최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코다'에 출연한 농인 배우 트로이 코처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시상자인 한국 배우가 수어를 쓰며 함께 기뻐하는 장면에서 언론은 '감동적'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수어에 대한 인식이 낮은 현실에서 유명 연예인의 수어 사용은 언어를 알리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제 긍정을 넘어 수어를 언어 상식으로 한발 나아가 보자.

수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 중 열에 아홉은 "수어는 전 세계가 똑같죠?"라는 질문을 한다. 수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물음이다. "수어도 나라마다 다 달라요"라고 대답하면 "그래요?" 하며 모두들 놀라는 눈치다. 전 세계 언어 목록을 제공하는 에스놀로그에는 157개 수어 목록이 있는데, 일부 학자들은 실제 사용되는 수어는 4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음성언어를 같은 조상을 갖는 언어끼리 어족으로 묶듯이 수어도 '프랑스수어족, 일본수어족, 아랍수어족' 등 6개 어족으로 나누고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수어는 '고립수어'로 분류한다. 음성언어처럼 수어도 방언이 있는데 한국수어도 어떤 단어나 표현은 지역에 따라 다르게 표현한다. 남한과 북한에서 사용하는 수어도 차이가 많은데, 남북한이 분단된 후 농인 간 교류가 거의 없어 각기 다른 수어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수어는 '보는 언어'이고 음성언어는 '듣는 언어'라는 차이가 있을 뿐 수어 역시 음성언어와 동일한 언어이다. 이 사실이 우리 사회에 상식이 된다면 유명 연예인의 수어 사용을 '감동'으로만 받아들이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농인 배우가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다면 배우의 연기 자체에 집중하고 감동받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황용주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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