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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에서 벌어지는 미·중 코발트 전쟁

입력
2022.04.07 2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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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규
김연규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편집자주

21세기에 새로운 형태로 펼쳐지고 있는 강대국 세력 경쟁과 개도국 경제발전을 글로벌 기후변화와 에너지 경제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974년 10월 30일 자이르(오늘날의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에서 32세의 도전자 무하마드 알리와 25세의 세계 챔피언 조지 포먼의 통합 헤비급 챔피언십 경기가 치러졌다. '정글의 결투(The Rumble In The Jungle)'라고 불렸던 20세기 최고의 권투 경기가 왜 중앙아프리카의 자이르라는 국가에서 열렸을까?

1930년대부터 자이르는 뛰어난 순도의 우라늄, 코발트, 구리 및 기타 광석이 대량 매장된 덕에, 세계 최고의 전략광물 공급지역으로 강대국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1939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자이르의 우라늄 확보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고, 미국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개발에 자이르에서 공급된 고급 우라늄을 사용했다.

1970년대 강대국들의 관심은 자이르의 구리와 코발트였다. 닉슨 대통령과 키신저 국무장관은 자이르의 지도자 모부투 세세 세코를 백악관 공식 만찬에 초대하는 등 구리 코발트 개발권을 확보하기 위한 총력전을 폈다. 모부투 대통령이 1974년 알리 대 포먼의 경기를 자이르에 유치하고 전 세계 시청자를 위해 현지시간 새벽 4시에 경기를 시작하게 한 것은 당시의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었다. 알리와 포먼에게 각각 500만 달러에 달하는 파이트머니도 모부투 대통령이 직접 지불했다.

1990년대 중앙아프리카의 구리벨트로 알려진 콩고민주공화국, 잠비아, 르완다 등의 국가가 대규모 내란과 전쟁의 혼란에 빠지면서 강대국의 관심과 국제무대에서 한동안 사라지게 된다. 그러다 콩고민주공화국이 다시 강대국 세력경쟁과 국제정치 무대에 등장한 것은 2000년대 후반이었다. 2008년 콩고의 수도 킨샤샤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본국 국무부로 긴급전문이 발신된다. 중국이 콩고 정부를 위해 2,000마일의 도로건설, 31개의 병원건설, 2개의 대학, 5,000개의 정부 주택건설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콩고를 둘러싼 강대국 각축전의 주인공이 이제는 미국과 중국으로 바뀌었다. 중국의 새로운 전략은 구리와 코발트 개발권을 주면 콩고의 다양한 인프라를 건설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중국은 애초 콩고에 인접한 앙골라 석유개발에 막대한 일대일로 자금을 쏟아붓고 있었으나,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에 박차를 가하면서 관심을 콩고로 돌리게 된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2008년의 60억 달러 중국-콩고 코발트 계약이었다. 당시 계약에 따르면, 중국은 콩고에서 구리 1,200만 톤과 코발트 60만 톤을 생산할 수 있었으며, 콩고의 인프라에 3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으로 합의되었다.

2015년 '중국제조 2025 정책'과 본격적인 중국 전기차 확산에 발맞추어 콩고의 구리 및 코발트 광산 확보는 더욱 확대되었다. 콩고 주재 중국대사는 현지에서 중국-콩고 대표팀 농구경기도 추진하고 직접 점프볼을 하기도 했다. 콩고 유학생들의 중국 대학 초청도 대규모로 진행됐으며 중국 정부는 콩고 정부의 에볼라 퇴치를 위해 100만 달러를 지원했다.

2016년 말과 2019년 말 미국의 광산기업 프리포트 맥모란이 경영난 끝에 중국에 2개의 광산을 매각하면서 중국은 완전히 콩고 코발트 광산을 지배하게 되었다. 오바마와 트럼프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중국의 코발트 광산 매입을 지켜만 봤다. 이는 경제·안보 면에서 커다란 실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콩고에서 미·중 코발트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22년 2월 콩고 법원은 차이나 몰리브덴의 텡케 풍구루메 광산 운영권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이 다시 콩고 코발트 개발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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