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러군, 키이우에서 완전 철수"
러, 친러 세력 기반인 돈바스 점령 노려
우크라 당국 "동부 지역 주민 긴급 대피하라"
병력 손실 러, "돈바스 장악 어려울 듯" 전망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총공세에 들어갔다. 개전(開戰) 이후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격을 퍼붓던 러시아군은 이제 친러 세력이 포진한 ‘돈바스 점령’에 집중키로 하면서 전쟁은 새 국면에 진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동부 지역 주민에 긴급 대피령을 내리고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키이우와 북부 체르니히우 인근 지역에서 완전히 철수했다”며 “철수 병력이 벨라루스와 러시아에서 재무장ㆍ재보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러시아 국방부가 “키이우와 체르니히우에서 군사작전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후 일주일 만이다.
북부에서 철수한 러시아군은 모든 총구를 동부 돈바스를 향해 겨누고 있다. 전체 국토의 9%를 차지하는 돈바스 지역은 친러 반군 세력과 정부군이 8년간 교전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러시아는 키이우 함락에는 실패했지만 친러 세력 기반 지역인 루한스크ㆍ도네츠크주(州)가 있는 돈바스를 장악해 크림반도와 러시아 간 육로 회랑을 잇고 흑해와 아조프해로의 진출을 노릴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군이 돈바스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의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루한스크 내 세베로도네츠크에도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고층 아파트 10동이 무너졌다. 이날 하루 루한스크 지역에서 확인된 러시아군의 폭격만 총 81차례에 달한다. 도네츠크에서도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4명이 숨졌다. 동북부 하르키우 인근 이지움은 러시아군에 함락됐고, 동북부 루비즈네도 함락 초읽기에 들어갔다. 동부 요충지 슬로비얀스크도 집중 공격 대상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는 “루한스크ㆍ도네츠크 경계 지점에 있는 슬로비얀스크 점령 여부가 돈바스 장악 성공을 결정짓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전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습과 폭격이 집중된 동남부 마리우폴은 이미 폐허가 됐다. 건물 90% 이상이 파괴됐으며, 이날까지 어린이 210명을 포함해 5,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이날 “러시아군은 전쟁범죄 증거를 없애려고 민간인 시신을 불태워 없애고 있다”며 “이것은 새로운 ‘아우슈비츠’가 됐다”라고 분노했다.
러시아군의 집중 공세에 우크라이나 당국은 동부 지역에 긴급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지금 당장 대피하지 않으면 포화 속에 휩싸인 채 죽음의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며 “그때는 우리도 도울 방법이 없다”고 대피를 촉구했다.
다만 러시아군이 돈바스 전체를 장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러시아군은 이미 전력의 75% 가까이 소진한 상태다. 현재 동부에 배치된 러시아군은 전술대대 30개로 병력 약 3만 명 수준이다. 러시아군은 사설 용병과 시리아 병사, 러시아 극동지역 징집병까지 동원해 전력 보충에 나서고 있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인 해군분석센터(CNA) 마이클 코프먼 연구원은 “철수한 병력 재배치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면서 러시아가 병력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며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군이 불리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