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노벨평화상 드미트리 무라토프
러 독립매체 '노바야가제타' 설립자 겸 편집장
러시아의 대표적 ‘반(反)체제’ 독립 언론인이자 작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드미트리 무라토프 ‘노바야가제타’ 편집장이 ‘페인트 테러’를 당했다. 일단은 큰 신체적 위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무라토프 편집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낸 것이 피습 이유가 아니냐는 관측이다.
노바야가제타는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카잔스키역을 출발해 사마라로 향하는 기차가 출발하기 전 신원 미상의 남성 2명이 무라토프 편집장이 탑승하고 있던 열차 객실에 붉은색 페인트와 아세톤이 혼합된 액체를 뿌렸다고 전했다. 무라토프 편집장은 용의자들이 자신에게 페인트를 뿌리며 “이건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소리쳤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이 사건으로 무라토프 편집장은 물론 열차 객실도 페인트로 뒤덮였다. 열차 출발도 30분 지연됐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다행히 무라토프 편집장은 심한 부상을 입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노바야가제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눈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고 상태를 설명하면서 페인트를 뒤집어쓴 자신의 모습과 열차 객실의 상태를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러시아 내무부를 인용해 경찰이 무라토프를 공격한 두 명을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습 당시 신고를 받은 경찰관은 현장에 도착했지만, 용의자 두 명이 곧바로 도망치면서 체포하지 못했다.
테러 사건의 배후나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러시아 정부나 극우 세력의 사주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러시아의 비판적 언론인이 살해된 사례가 있는 것도 이런 우려에 힘을 더한다. 무라토프 편집장과 함께 노바야가제타에서 일했던 안나 폴리트콥스카야 기자가 2006년 러시아 마피아에 의해 살해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노바야가제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를 지속해 왔으며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푸틴의 전쟁’이라고 공공연히 비난해왔다. 이 때문에 친(親)푸틴 세력이 무라토프 편집장을 표적으로 삼았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러시아 언론 규제 당국은 이미 노바야가제타에 두 번 경고를 내린 상태다. 러시아에서는 언론 매체가 규제 당국으로부터 1년 안에 두 번 경고를 받으면, 법원이 폐쇄를 명령할 수 있다. 특히 지난달 초 우크라이나 사태를 ‘전쟁’이나 ‘공격’, ‘침공’으로 지칭하는 것을 불법화하는 법안이 통과돼 이런 단어의 사용이 금지됐다. 사실상 정부 입맛에 맞는 보도만을 허용하겠다는 셈이다. 노바야가제타는 지난달 28일 “폐간으로부터 구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전쟁이 끝날 때까지 신문 발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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