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벚꽃놀이에 진심인 민족... '상춘'의 역사를 돌아보다

입력
2022.04.09 18:00
0 0

일제강점기 '창경원 밤벚꽃놀이'가 시초
팬데믹 때도 드라이브 스루?비대면 상춘 이어져

1981년 4월 20일 창경원(현 창경궁)으로 벚꽃놀이를 나온 시민들이 갑자기 쏟아진 비를 맞으며 귀가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1년 4월 20일 창경원(현 창경궁)으로 벚꽃놀이를 나온 시민들이 갑자기 쏟아진 비를 맞으며 귀가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71년 4월 20일 봄맞이 벚꽃놀이가 시작된 창경궁 앞이 나들이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71년 4월 20일 봄맞이 벚꽃놀이가 시작된 창경궁 앞이 나들이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를 찾은 시민들이 벚꽃길을 걸으며 봄을 만끽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를 찾은 시민들이 벚꽃길을 걸으며 봄을 만끽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본격적인 벚꽃놀이가 시작됐다. 서울 여의도 여의서로은 벚꽃길 개방을 하루 앞둔 8일 오후부터 상춘객들로 가득했다. 같은 날 송파구 석촌호수 주변에도 마스크를 쓰고 사진을 찍거나 산책을 하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공식적인 봄꽃 축제는 아직 조심스러운 시기, 하지만 봄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분주했다. 일상의 회복을 알리는 '상춘'의 귀환을 계기로 벚꽃놀이의 역사를 사진으로 되돌아 본다.


1971년 4월 20일 봄맞이 벚꽃놀이가 시작된 창경궁 앞이 나들이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71년 4월 20일 봄맞이 벚꽃놀이가 시작된 창경궁 앞이 나들이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2년 4월 22일 창경궁을 찾은 시민들이 벚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2년 4월 22일 창경궁을 찾은 시민들이 벚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벚꽃놀이가 국민적 축제가 된 것은 일제강점기 창경원(현 창경궁)에서 '밤 벚꽃놀이’가 열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 상춘객들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창경궁을 찾아 수은등 불빛 아래 하얗게 빛나는 꽃송이를 구경하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야간 벚꽃놀이는 6·25전쟁으로 잠시 중단됐다가 1952년 4월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계속됐다.

매년 벚꽃놀이가 열리는 시기면 상춘객 규모나 쓰레기의 양, 각종 범죄사범, 실종 아동 등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핫이슈'였다. 1972년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시 한 달간 열린 축제에 1백25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고 이로 인해 쌓인 쓰레기가 4t트럭으로 4백여 대분, 빈 병만 50만여 개가 나왔다.

1980년대 들어 창경궁 복원 작업이 시작되면서 '창경원 밤벚꽃놀이'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창경원은 1907년 이후 일제가 순종을 위로한다는 미명하에 궁궐을 동물원과 식물원으로 바꾼 탓에 일제 잔재 논란도 꾸준히 일었다. 결국 창경원 안에 심겨 있던 벚꽃나무는 대부분 어린이대공원과 현재 여의도 봄꽃축제가 열리는 여의서로로 옮겨졌다.

1973년 5월 16일 벚꽃놀이 기간 중 창경궁에 설치된 미아보호소. 당시 걸스카웃 등 자원봉사단원들이 미아사태에 대비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73년 5월 16일 벚꽃놀이 기간 중 창경궁에 설치된 미아보호소. 당시 걸스카웃 등 자원봉사단원들이 미아사태에 대비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1년 4월 12일 밤 벚꽃놀이가 시작되자 일요일인 창경궁에 인파가 몰린 가운데.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팻말이 있는 잔디밭에서 시민들이 숯불을 피우고 햄, 소세지, 통닭을 구워 먹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1년 4월 12일 밤 벚꽃놀이가 시작되자 일요일인 창경궁에 인파가 몰린 가운데.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팻말이 있는 잔디밭에서 시민들이 숯불을 피우고 햄, 소세지, 통닭을 구워 먹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0년 4월 19일 창경궁에서 시민들이 '밤 벚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0년 4월 19일 창경궁에서 시민들이 '밤 벚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7년 4월 1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를 찾은 시민들이 황사 마스크를 쓴 채 벚꽃 나들이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7년 4월 1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를 찾은 시민들이 황사 마스크를 쓴 채 벚꽃 나들이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의도 봄꽃축제'는 일제잔재 청산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자 한국화된 벚꽃놀이의 대표적인 예다. 2005년 서울 영등포구 여의서로에서 '벚꽃축제'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2007년 '벚꽃' 대신 '봄꽃'을 넣었다. 이후 왕벚나무의 원산지를 제주로 밝혀냈고, 진달래와 개나리, 철쭉, 조팝나무 등 토종 꽃나무를 심기도 했다.

'상춘의 민족'답게 꽃놀이에 대한 시민의 열망은 팬데믹 와중에도 꺾이지 않았다. 지난해 여의도 벚꽃축제를 주최한 영등포구가 사전 신청 후 추첨을 통해 3,500명에게만 오프라인 벚꽃 관람을 허용한다고 발표하자 3만5,000여 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강원 강릉에서는 경포호 근처에 벚꽃이 개화하자 사회적 거리두기 감시를 위해 드론을 투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29일 강원 강릉시가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감시하기 위해 경포호 근처에 드론을 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29일 강원 강릉시가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감시하기 위해 경포호 근처에 드론을 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여의서로 벚꽃길이 통제되고 있는 와중에 온라인 봄꽃 축제에 대한 안내 문구가 써져있다. 배우한 기자

지난해 3월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여의서로 벚꽃길이 통제되고 있는 와중에 온라인 봄꽃 축제에 대한 안내 문구가 써져있다. 배우한 기자


지난해 3월 전남 구례군 문척면 동해벚꽃길에 벚꽃이 만개해 꽃터널을 만들었다. 구례군은 코로나19 확산 예방과 원활한 교통 소통을 위해 이 구간을 일방통행로로 지정해 상춘객들의 드라이브스루 꽃구경을 유도했다. 뉴스1

지난해 3월 전남 구례군 문척면 동해벚꽃길에 벚꽃이 만개해 꽃터널을 만들었다. 구례군은 코로나19 확산 예방과 원활한 교통 소통을 위해 이 구간을 일방통행로로 지정해 상춘객들의 드라이브스루 꽃구경을 유도했다. 뉴스1


지자체가 '비대면 상춘'을 유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영등포구는 온라인상에서 가상의 봄꽃 축제를 제공했다. 지난해 3월 전남 구례군은 동해벚꽃길을 일방통행으로 만들어 '드라이브 스루 꽃구경'을 시도하기도 했다. 제주 서귀포시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드라이브 인' 방식으로 유채꽃 행사를 진행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감소 추세로 접어든 시기, 때마침 벚꽃이 만개하며 시민들을 유혹한다. 팬데믹 내내 인파를 피하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올 봄엔 활짝 핀 연분홍 꽃을 직접 마주해보는 게 어떨까.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데 꽃 구경, 사람 구경만한 것도 없을 듯 하다.


벚꽃이 개화한 여의도 윤중로를 지난해 2월 28일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국회 뒤편도로가 코로나 감염예방을 위해 전면통제 된다는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오대근 기자

벚꽃이 개화한 여의도 윤중로를 지난해 2월 28일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국회 뒤편도로가 코로나 감염예방을 위해 전면통제 된다는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오대근 기자


여의도 벚꽃길(여의서로) 개방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여의서로 벚꽃길 앞에서 경찰이 교통 통제를 하고 있다. 벚꽃길 개방을 위한 교통 통제는 이날 정오부터 시작돼 18일 정오까지 이어진다. 연합뉴스

여의도 벚꽃길(여의서로) 개방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여의서로 벚꽃길 앞에서 경찰이 교통 통제를 하고 있다. 벚꽃길 개방을 위한 교통 통제는 이날 정오부터 시작돼 18일 정오까지 이어진다. 연합뉴스


맑은 날씨를 보인 2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녹산로에 벚꽃과 유채꽃을 감상하려는 차량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서귀포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드라이브 인' 방식으로 녹산로 유채꽃 축제를 개최한다. 뉴시스

맑은 날씨를 보인 2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녹산로에 벚꽃과 유채꽃을 감상하려는 차량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서귀포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드라이브 인' 방식으로 녹산로 유채꽃 축제를 개최한다. 뉴시스


지난해 4월 4일 벚꽃이 만개한 서울 남산순환로를 따라 시내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지난해 4월 4일 벚꽃이 만개한 서울 남산순환로를 따라 시내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1981년 4월 20일 창경궁으로 벚꽃놀이를 나온 시민들이 갑자기 쏟아진 비를 맞으며 귀가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1년 4월 20일 창경궁으로 벚꽃놀이를 나온 시민들이 갑자기 쏟아진 비를 맞으며 귀가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주연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