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9일 방탄소년단 라스베이거스 공연에 맞춰 '더 시티' 프로젝트 열려 분수쇼·사진전·팝업스토어·한식 코스 메뉴까지
세계 최대 관광·엔터테인먼트 도시로 꼽히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가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현지시간으로 8, 9일과 15, 16일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라스베이거스’에 맞춰 도시가 방탄소년단과 이들의 팬 아미를 상징하는 보라색 옷으로 갈아입고 ‘보라해거스(방탄소년단을 상징하는 단어 ‘보라해’와 라스베이거스의 합성어)’로 변신한 것이다.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한 이 도시는 저녁이 되면 보랏빛 조명으로 건물을 환히 밝히거나 보라색을 강조한 영상으로 아미들을 맞이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공식 트위터 계정은 ‘보라해거스(BORAHAEGAS)로 바꿨고, 이 문구는 도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명물인 벨라지오분수쇼는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와 ‘버터’에 맞춰 화려한 물줄기를 펼쳐 보이고, 공연 기간에 맞춰 방탄소년단이 즐겨 먹는 한식 메뉴로 구성한 ‘BTS 코스 요리’를 내놓는 식당도 운영 중이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는 5일부터 17일까지 네 차례의 콘서트와 함께 도시 곳곳을 방탄소년단과 관련한 콘텐츠로 채우는 ‘더 시티(The City)’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2019년 서울 공연에서 테스트 형식으로 시도한 적이 있지만 하이브 소속 특정 아티스트의 콘서트와 도시를 연결하는 첫 번째 대규모 프로젝트다.
라스베이거스의 대표적인 호텔 체인인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과 협업했다. 단순히 콘서트 관람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볼거리와 음식, 숙박, 쇼핑, 이벤트 등을 연결해 팬들의 즐거움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로 MGM 계열의 MGM그랜드호텔, 벨라지오호텔, 만달레이베이호텔 등 11개 호텔이 참여했다.
크리스 발디잔 MGM 엔터테인먼트 부문 부사장은 "라스베이거스는 공항에서 접근성이 좋고 다양한 볼거리도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어서 방탄소년단 공연을 열고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도시"라면서 "팬들이 이전에는 해본 적 없는 독특한 경험을 하는 것뿐 아니라 이 도시에 다시 오고 싶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정 아티스트와 관련한 이벤트로는 전례 없는 규모"라면서 "라스베이거스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도 7일 오후 8시부터 1시간 동안 시내 20여 곳 건물의 전광판에 보랏빛으로 빛나는 ‘보라해거스’를 채우는 이벤트를 펼치며 '더 시티' 프로젝트에 화답했다. 라스베이거스 해리리드국제공항 역시 이날 트위터에 “라스베이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여러분들은 착륙 허가를 받았지만 춤을 추는 데는 허가가 필요 없다"며 ‘보라해거스’ 이벤트에 동참했다.
8일 ‘더 시티’ 프로젝트가 열린 곳은 어디나 아미들로 북적였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벨라지오호텔의 분수대 앞이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분수 쇼, 두바이 분수 쇼와 더불어 '세계 3대 분수 쇼'로 꼽히는 이 쇼를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함께 즐기기 위해 수백 명의 아미, 관광객들이 분수 주변을 둘러쌌다. ‘다이너마이트’에 맞춰 물기둥이 20m 높이까지 솟구쳐 오르자 이들은 탄성과 함께 연신 셔터를 눌렀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온 한 관광객은 “벨라지오 분수 쇼를 여러 차례 봤지만 방탄소년단 때문인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모인 듯하다”고 말했다.
얼리전트 스타디움 인근에 있는 전시체험공간 ‘에어리어15’에선 30도 안팎의 무더운 날씨에도 방탄소년단 사진전 ‘비하인드 더 스테이지: 퍼미션 투 댄스’를 관람하기 위한 팬들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지난해 말 LA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퍼미션 투 댄스’ 투어를 준비하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연습 과정과 무대 뒤 모습을 담은 240여 점의 사진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7일까지 열리는 사진전은 하루 4,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4만 장의 티켓이 팔려나갔다. 인근 팝업스토어 ‘방탄소년단 팝업: 퍼미션 투 댄스 인 라스베이거스’에선 방탄소년단을 테마로 한 의류, 소품 등 다양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LA에서 온 올리비아는 “지난해 LA 공연도 갔는데 이들의 공연은 볼 때마다 새롭다”면서 “그들이 주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특히 좋다”고 말했다.
만달레이베이호텔에 있는 한 레스토랑은 ‘카페 인 더 시티’를 운영하며 갈비찜, 라면, 비빔국수, 김치볶음밥, 김밥 등으로 구성된 코스 요리를 제공한다. 가격은 2인 기준 120달러(약 14만7,000원). 식당 관계자는 “주말에는 대부분의 시간대가 예약이 마감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매회 콘서트가 끝난 뒤 방탄소년단의 노래로 펼쳐지는 애프터 파티 '파티 인 더 시티'도 아리아 리조트 내 클럽에서 진행된다. 이승석 하이브 아이피엑스본부 사업대표는 "팬들과 아티스트의 교감, 경험의 공유에 초첨을 맞춰 준비한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공연이 열리는 날에는 하이브 산하 7개 레이블이 합동으로 진행하는 오디션도 열린다. 단지 K팝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노래와 랩, 춤으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자리다. 8일까지 온라인 지원서를 낸 이들만 1만3,000여 명에 이른다. 이날 오디션 현장에서 만난 라스베이거스 주민인 10대 소녀 카일리 황은 “2년 전부터 K팝을 즐기며 춤을 배웠는데 하이브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클로이(19)는 랩 부문 오디션을 보고 나오는 길이었다. 그는 “K팝은 세계 대중음악의 중심에 들어가고 있는 장르”라면서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같은 그룹이 있는 하이브에서 내 창의성을 표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오디션 참가자들은 모두 녹화돼 7개 레이블에서 공유한 뒤 리뷰를 거쳐 각 레이블에서 합격자를 선정하게 된다. 하이브 관계자는 “7개 레이블이 동시에 오디션을 치른 건 효율성을 꾀하기 위해서이며 레이블마다 원하는 인재가 달라 각 레이블에 맞는 지원자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대규모 도시 체험형 프로젝트는 2020년 방탄소년단의 '맵 오브 더 소울' 월드 투어와 함께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미뤄졌고 2년여 만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처음 시도됐다. 김태호 하이브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원래는 2년 전 LA에서 처음 진행하려고 이번 '더 시티' 프로젝트처럼 숙박, 사진전, 팝업스토어 등을 준비했는데 결국 하지 못했다"면서 "기획이 밀리면서 (공연을 별도의 장소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라이브 플레이와 온라인 스트리밍이 추가된 건 일종의 보너스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또 "라스베이거스가 공연장, 호텔, 컨벤션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 쉽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여기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이벤트들이 경쟁하는 곳인 데다 비용과 일정, 완성도 등 여러 면에서 난도가 높은 편"이라며 "쇼비즈니스의 수도이자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더 시티'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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