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검사·수사대상 따라 처분 제각각
부장검사와 지휘부, 학연·직연 친분도
검찰 내부서도 “반성해야” 목소리 나와
검찰은 "판례대로 원칙 처리" 입장 반복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위반 혐의를 받던 현직 부장검사가 불기소 처분돼 '봐주기 수사'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검찰이 유사 사건 피의자에 대해선 부장검사 사건과는 달리 최근까지도 기소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검사와 수사대상이 누군지에 따라 기소 여부가 결정됐다는 뜻이다.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의 일관성 없는 처분 결과를 두고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이 이어지면서 검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 "부장검사 불기소는 원칙 따른 것"
1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 검찰청 소속 A부장검사가 몰던 렉스턴 차량은 지난해 7월 8일 오후 6시 40분쯤 올림픽대로 4차로에서 5차로로 진입하기 위해 차로 사이에 있는 백색 안전지대를 가로질렀고, 이 과정에서 5차로를 주행 중이던 피해자의 볼보 차량과 충돌했다.
사고 다음날인 7월 9일 피해자가 전치 2주 진단서를 갖고 경찰서를 찾아와 가해자의 교통법규 위반을 주장하자, 경찰은 피해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당사자 진술 등을 토대로 같은 해 8월 9일 A부장검사를 교특법 위반(치상) 혐의로 송치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부장검사와 피해 차량의 충돌이 안전지대 바깥에서 발생했다는 도로교통공단 분석 결과와 법리 검토를 거쳐 '공소권 없음' 불기소 처분했다.
경찰의 '중과실' 판단을 뒤집은 것에 대해 검찰은 2017년 4월 13일 선고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7도 1438호)에 따라 처분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안전지대 침범 행위가 있었더라도, 충돌 지점이 안전지대 밖이면 사고 원인을 안전지대 침범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른 결정"이라며 "유사 사례에서도 원칙적으로 불기소 처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장검사 불기소 처분에 '제 식구 감싸기' 논란
하지만 한국일보 취재 결과, 안전지대 침범에 의한 교특법 위반(치상) 기소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A부장검사 교통사고 두 달 전인 지난해 5월 8일 말리부 차량을 몰고 올림픽대로 진입 도로에서 4차로로 넘어가기 위해 안전지대를 침범했다가 4차로를 달리던 피해 차량과 충돌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건은 △사고 장소 △피해자 상해 정도(전치 2주) △처분 검찰청이 A부장검사 사건과 동일하지만 피의자는 약식기소돼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A부장검사 불기소 처분의 근거로 내세운 대법원 판례가 나온 지 4년이 지났지만, 검찰 내부에선 여전히 상반된 처분이 나온 것이다.
이처럼 수사검사와 수사대상이 누군지에 따라 처분 결과가 달라지면서, 검찰이 수사와 기소 통일성을 유지하려고 마련한 검찰사무처리 지침조차 무시하고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A부장검사가 불기소 처분되자, 사건을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간부들과 A부장검사가 △학연(대학 동문) △직연(근무지 및 특수사건 근무 경험) △연수원(사법연수원 동기) 등으로 얽혀 있어 처분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검찰 내부에서도 '제각각 처분'이 검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방검찰청의 한 평검사는 "같은 사건인데 부장검사는 불기소 처분하고, 일반인들은 기소한다는 식으로 인식될까 걱정"이라며 "당장 기소된 사람들이 몰려와 '나는 왜 기소한 것이냐'고 따지면 할 말이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교통사범수사실무 책자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교통범죄 관련 수사 때 검찰이 참고하는 수사실무는 2013년 4월 개정판이 마지막 버전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교통범죄는 단순한 사건이 많아서 수사 경험이 적은 평검사나 검사직무대리가 직접 기소 처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이들이 참고하는 수사실무를 개정해 기소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부장검사에 대한 처분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은 통상 검찰간부에 대한 수사절차에 입각해 부장검사뿐 아니라 이정수 지검장의 최종 결재까지 거쳐 불기소 처분했고, 처분 이후 대검과 법무부에도 보고됐던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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