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김모(38)씨는 최근 오미크론에 걸렸다. 말로만 듣던 '극심한 인후통'을 겪었다. 목이 찢어질 것처럼 아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실감했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었지만, 증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격리해제 뒤에도 목에 통증이 남자 약국을 찾았다. 동네 약국 몇 곳을 돌아다녀도 목 감기 약을 구하지 못했다. 그 대신 받아 든 건 결국 근육통 약이었다. 그거로라도 버텨야 했다.
오미크론 유행이 꺾이면서 정부는 연일 '일상회복'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먹는 코로나 치료제는 물론, 감기약 공급이 여전히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먹는 치료제의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품귀 현상이 장기화하는 일반 감기약 유통망의 정상화도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약사 생활 30년에 이런 경우 처음"… 끝모를 감기약 품귀
10일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빠르면 이번 주에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체계'를 내놓을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와 더불어 '아프면 병원에 가고 약국에서 약을 타 먹는' 일상 의료체계로 되돌아간다는 의미다. 당장 11일부터는 보건소나 선별진료소 등에서 무료로 해주던 신속항원검사를 중단한다. 일반 병의원에서 검사받는 것부터 시작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감기약 구하기가 어려운 곳이 많다. 경기 김포에 사는 이모(40)씨는 10세 미만 두 자녀를 포함해 가족 4명이 모두 오미크론에 확진됐다. 약을 처방받긴 했는데 아이들용 해열제가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이씨는 "동네에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많이 살다 보니 동네 약국 어디에서도 어린이용 해열제를 구할 수가 없었다"며 "열이 나서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물수건을 얹어 주는 것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현직 약사들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의 한 약사는 "약이 부족해도 예전엔 하루도 안 걸려 다시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도매상에 주문을 넣어도 수개월째 감감 무소식"이라며 "약사 생활 30년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팍스로비드 사용량 오히려 줄어… "동네 병원 과부하로 처방 역부족"
먹는 치료제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방역당국은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처방 대상을 지속적으로 넓혀 왔다. 일반 병의원에서 바로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지난 1~7일 투약된 팍스로비드는 2만9,646명분으로 하루 4,200여 명꼴이다. 3월 3주차에 하루 평균 5,642명이 사용한 것보다 되레 줄었다.
확진자 규모가 줄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처방과 공급 자체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처방 대상, 처방 가능 의료기관을 늘려 봤자 검사, 재택치료 관리, 대면진료까지 도맡아야 하는 동네병의원 입장에서는 먹는 치료제 처방까지 소화해낼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독감의 '타미플루'처럼 코로나 먹는 치료제도 편하게 구입해 처방할 수 있어야 하는데 병용 금지 약물 탓에 사실상 어렵다"며 "제약이 지금보더 덜한 치료제가 나오지 않고, 정부가 물량을 풀지 않으면 제대로 된 공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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