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에 지명된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은 10일 발표된 장관 후보자 8명 중 가장 ‘의외의 인선’으로 평가받는다. 윤석열 당선인과 대선 기간 쌓은 신뢰가 아무리 끈끈하다 해도, 국토부 관련 업무 경험이 거의 없는 탓이다. 일각에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저격수로서 ‘대장동 1타 강사’를 자처한 그의 정치적 행보가 인선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원 후보자도 이를 의식한 듯 국토부 장관 발탁을 “종합적 역할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실세 정치인으로서의 추진력을 부각했다. “정부 역량을 집중해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를 안정시키고, 꿈을 잃은 젊은세대가 미래에 꿈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정책 방향성은 명확하지만 원 후보자는 부동산 전문가와 거리가 멀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지검 검사를 지낸 법조인 출신 정치인의 전형이다. 3선 국회의원(16~18대)으로 일할 때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등을 맡았을 뿐 국토교통 관련 현안에 발을 담근 적이 없다. 제주지사 시절 추진했던 제주형 스마트시티 건설, 스마트 그린도시 등 역시 당장 차기 정부가 짊어질 집값 안정 과제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윤 당선인이 내각 인선 원칙으로 내세운 전문성은 적다는 얘기다. 그래서 윤 당선인과 원 후보자의 굳건한 신뢰가 전격 발탁의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원 후보자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낙마한 후 윤 당선인의 정책본부장을 맡아 공약 설계를 총괄했고, 인수위에서도 기획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토부가 아니었을 뿐, 행정안전부 등 윤석열 정부의 조각 명단에 꾸준히 거론돼 왔다.
‘대장동’이라는 정치적 맥락도 무시할 수 없다. 원 후보자는 대선 기간 민주당 이 전 후보의 대장동 특혜 의혹 공론화를 앞장서 주도했다. 그는 “대장동을 잡으라고 장관에 임명한 건 아니지 않겠느냐”면서도 “그런 일이 안 나오도록 하는 것은 당연히 목표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윤 당선인이 지양하겠다고 한 정치인에다 전문성까지 떨어지는 인사를 장관으로 중용한 것은 차기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전례도 있다. 정치인 출신으로 부동산 폭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다. 하지만 원 후보자는 “(부동산 등은) 정치 문제가 돼 있기 때문에 단순히 기술적 전문성만 갖고 풀어선 안 된다”며 “전문성이 걱정이라기보다는 강력한 의지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관철할지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믿음을 등에 업은 정치력을 외려 부동산 해법의 열쇠로 본 것이다.
원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 집값 폭등의 피해자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제주지사에 당선된 2014년 서울 목동 아파트를 8억3,000만 원에 팔았는데, 해당 아파트 가격이 26억 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원 후보자의 배우자 강윤형씨는 지난해 이런 사실을 공개하며 “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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