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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서 170m+담장서 100m' 집회금지… "소통한다더니"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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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서 170m+담장서 100m' 집회금지… "소통한다더니" 반발

입력
2022.04.12 04: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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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대통령 집무실 입주 국방부 청사 대신
국방부 담장 기준 100m 이내 금지구역 설정
관할 용산서, '1호 집회' 신청자에 불허 통보
시민단체 "소통 강화에 역행하는 처사" 반발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인근 사거리에서 경찰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인근 사거리에서 경찰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 집무실의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이전에 따라 집무실 반경 100m 이내 집회·시위 금지 방침을 세운 경찰이 첫 집회 불허 통보로 본격적인 방침 시행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반경 100m' 기준을 국방부 건물이 아닌 담장으로 설정해 '집무실 앞 시위'가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일부 시민단체는 국민 소통 강화라는 집무실 이전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1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다음 달 10일 0시부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시위 금지 방침을 확정하고 이날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에게 집회 신고를 불허한다고 통보했다. 김 대표는 다음 달 10일 국방컨벤션 앞 인도 350m 구간에서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를 열겠다고 서울 용산경찰서에 신고했는데, 경찰은 해당 장소가 새로 설정된 집회 금지 구역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집회 금지 구역 설정은 옥외 집회 및 시위 금지 장소를 규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른 것이다. 집시법 11조는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 공관으로부터 반경 100m 이내에선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엔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지만, 경찰은 용산 집무실 이전이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집무실도 관저에 포함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집시법에서 관저와 집무실을 하나로 규정한 만큼 관저 범위에직무 수행 장소가 포함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집회 금지 구역 설정의 기준으로 집무실이 입주할 국방부 청사가 아니라 국방부 부지의 담장을 지정했다. 국방부 청사는 정문에서 170m 안쪽에 있다. 따라서 청사 건물을 기준점으로 삼는다면 금지 구역이 상당 부분 국방부 영내와 겹치고, 이에 따라 시위대의 영내 진입은 어렵다고 해도 국방부와 인접한 곳에서 집회가 가능해진다. 국방부 앞 양방향 4차로(폭 15m)와 도로 양측 인도, 국방부와 한강대로 사이 일부 상업지구 등을 활용한다면 상당한 규모의 집회도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국방부 담장이 기준이 되면서 집회·시위는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모일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지하철 삼각지역 인근이나, 그보다 집무실에서 더 떨어진 녹사평역 인근에서나 가능할 전망이다. 김상진 대표 또한 삼각지역 인근 2곳과 녹사평역 앞에 신고한 집회 3건은 금지 처분을 받지 않았다.

집회·시위 금지구역 예상도. 한국일보 그래픽뉴스부

집회·시위 금지구역 예상도. 한국일보 그래픽뉴스부

경찰은 청와대에 집시법 조항을 적용한 방식을 따랐다는 입장이다. 법 문구대로라면 대통령 관저(건물)로부터 반경 100m를 따져야 하지만 청와대는 대신 담장 밖 100m를 금지 구역으로 삼은 만큼, 용산 집무실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국방부 담장 기준 적용은) 주변 교통 흐름을 제한하고 주거 지역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따져 폭넓게 해석한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국방부 바로 앞에서 시위가 진행되면 인근 도로의 상습 정체가 더욱 가중되고 이른바 '용리단길'로 부상한 음식거리의 가게들 민원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집시법상 대통령 집무실 관련 집회 금지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은 데다가 집무실 이전 취지가 국민과의 소통 강화였던 만큼, 새 정부가 누구나 집무실 가까이에서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집회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대표는 "윤 당선인이 백악관식 소통 모델을 얘기하면서 국방부 담장 100m 내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코미디"이며 "일부 단체들이 가처분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경찰의 조치에 조만간 법적 평가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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