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팔메토는 톱야자(Saw Palmetto)라는 천연 야자수 열매를 가공해 추출한 성분이다. 소팔메토 열매에는 남성호르몬을 늘리고 전립선비대증 진행에 관련된 5알파환원효소 활동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팔메토 열매 추출물은 전립선비대증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며 효능을 인정하고 있다.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인 소팔메토 열매 추출물의 품질 관리를 위한 규격을 추가하는 내용 등을 담은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 일부 개정안을 11일 행정 예고했다. 소비자가 전립선 건강을 챙기려고 소팔메토 제품을 샀지만, 값싼 식용유만 다량 섭취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우선 기능성 원료인 소팔메토 추출물 규격에 지방산과 식물스테롤 항목을 신설했다. 총 지방산이 80% 이상이 되도록 했고 식물스테롤의 경우 스테롤 0.2% 이상, β-시토스테롤 0.1% 이상으로 규정했다.
또 은행잎 추출물 제조 기준에서 기능 성분인 퀘르세틴ㆍ켐페롤의 비율 표시를 개선해 제조 기준을 명확히 했다. 현행 ‘퀘르세틴과 켐페롤의 비율이 0.8~1.2이어야 함’을 ‘퀘르세틴과 켐페롤의 비율이 0.8~1.2(퀘르세틴:켐페롤=1 대 0.8~1.2)이어야 함’으로 바꾼 것이다.
식약처가 규격을 신설한 것은 일부 업체가 소팔메토에 다른 식물성 유지를 혼합해 제조·판매하는 행위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퀘르세틴ㆍ켐페롤 비율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영업자 등의 질의도 많아 혼란을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강윤숙 식약처 식품기준과장은 “소팔메토에 값싼 식용유ㆍ팜유가 섞일 우려가 크다는 제보가 들어와 선제적으로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며 “기준은 미국ㆍ유럽 등의 기준을 참조해 만들었고 지나치게 엄격하지도 느슨하지도 않게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소팔메토가 의학적으로는 전혀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세게 최고의 임상 저널인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과 미국의학협회지(JAMA) 등에서는 소팔메토가 임상적으로 효과가 없다는 논문이 많이 실렸다.
2006년 2월에 NEJM에 실린 논문은 ‘소팔메토는 임상 결과 전립선비대증 증상을 전혀 개선시키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티븐 벤트 박사 연구팀은 전립선비대증이 심각한 49세 이상 남성 22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 전립선 크기ㆍ잔뇨량ㆍ삶의 질 등에서 거의 차이가 없었다.
2011년 9월 발표된 JAMA 논문에서도 ‘소팔메토 열매에서 추출해 만든 제품은 전립선비대증 요로(尿路) 증상 개선에 위약 효과가 있을 뿐’이라고 결론지었다.
미국 베리 박사팀도 하부요로증후군에 소팔메토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전립선비대증 개선이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 짐 테그림트 박사팀은 5,33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소팔메토를 투여한 그룹의 요로 개선도가 플라시보 그룹에 비해 비교 우위가 입증되지 않았고 야간 배뇨에만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소팔메토를 복용하다가 전립선비대증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은 물론 효과 없는 제품을 구입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고 했다.
김준철 부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소팔메토는 전립선비대증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확인됐다”며 “다만 효과가 있다는 믿음을 갖고 복용해 실제 효과가 나타나는 위약 효과(플라시보 효과)가 40% 정도”라고 했다.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토마토가 남성 건강에 도움 되는 식품으로 잘 알려진 것처럼 소팔메토가 중년 남성 건강에 좋은 식품인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심한 배뇨 이상이 있는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소팔메토에 의존하다가 자칫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전립선암 같은 심각한 질병을 늦게 진단받게 되면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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