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말씀하셨듯 인간을 비롯해 만물은 서로 이어진 존재입니다. 우크라이나의 고통도 우리(불자)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 닿는 대로 도움을 드려야 합니다.
지몽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사노위) 스님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종전을 기원하면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까지 약 2km를 오체투지로 나아갔다. 오체투지는 서너 걸음마다 엎드리듯 절하며 나아가는 불교의 수행법이다. 이마와 무릎, 팔꿈치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아서 오체투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오체투지 행진은 12일 오전 조계사에서 시작돼 2시간 30여 분 뒤 주한 러시아대사관 옆 정동제일교회 앞에서 끝났다. 경찰 통제에 따라서 대사관 앞까지는 진행하지 않았다. 지몽 스님은 오체투지 직전 발언에서 “오늘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48일째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반인륜적이고 비인도적 악행이 전쟁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고 있다”면서 “푸틴 대통령의 이기적인 탐욕으로 어린아이와 여성, 노인들이 참혹하게 살해당하는 현실에 통탄과 분노한다”고 밝혔다.
지몽 스님은 이어 “전쟁은 누구도 행복할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적개심만 만든다”면서 “푸틴 대통령과 추종세력은 지금이라도 파멸과 분열로 가는 전쟁으로 이기적인 욕망을 채울 수 있다는 분별 망상을 멈춰야 한다. 잔혹한 민간인 학살을 참회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지몽 스님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면서 “오늘 종교를 넘어서 여러분이 함께해 오체투지의 공덕으로 전쟁이 중단되고 평화가 찾아오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진에는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소속 활동가와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 3명, 조희주 용산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도 함께했다.
손팻말을 들고 행진한 명숙 활동가는 전쟁을 규탄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기보다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종전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살은 잘못됐고 침공은 멈춰야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가 무기 지원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러시아가 전쟁을 계속했다가는 굶어죽겠다는 위기 의식을 갖도록 제재해야 한다. 전쟁을 멈추는 것은 평화다. 그것은 어려운 길이지만 가야 한다”고 밝혔다.
평화를 기원하는 행진에 연대한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들은 사측에 부당 해고자를 복직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행진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김계월씨는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해고도 살인이지만 전쟁은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면서 “전쟁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매일 텔레비전(TV)에서 소식을 접한다. 가장 약자인 여성, 어린아이, 노인들의 피울음을 보면서 매일 전쟁이 하루빨리 멈추기를 기도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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