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일위원회 주관에 외통위원 중심 50여 명 참석
"어수선하다" "다른 나라와 비교된다" 지적 쏟아지자
이광재 "여야 3당 지도부가 참석한 게 중요" 해명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한국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화상 연설을 진행했지만, 국회 본회의장이 아닌 장소에서 열린 데다 참석자가 50여 명에 불과해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3월부터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된 다른 나라들은 행사의 격도 높고 참석자도 많았던 것과 대조된다는 지적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주관으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행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는 화상 연설을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등 3당 지도부와 외통위 소속을 중심으로 각 당 의원들이 참석했지만 대략 50여 명 정도에 불과했다.
또 이날 행사는 국회가 아닌 상임위 차원에서 주관하면서 본회의장에서 진행되지 못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용하는 화상 통화 프로그램 '줌'을 이용할 환경이 본회의장에는 마련되지 못했다는 이유였지만, 결과적으로 본회의장에 비하면 협소한 장소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행사의 양상도 어수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설을 끝마치자마자 거의 바로 영상이 꺼지면서 의원들은 기립박수 대신 앉아서 박수를 치는 것으로 반응을 마쳤다. 참석자 일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이 마무리되고 이날 행사를 주도한 이광재 외통위원장과 이용빈 민주당 의원이 폴란드 내 우크라이나 난민촌을 방문했다며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를 국내 수용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하는 동안 자리를 뜨기도 했다.
"좁은 공간 소수 인원 참석에 앉아서 박수, 다른 나라와 비교된다"
이날 영상은 주요 방송사 등이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기 때문에 많은 네티즌들이 현장을 지켜볼 수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들은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 가며 우리 국회의원과 정치인의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설을 대하는 태도가 불성실하다고 지적했다. 트위터에는 "본회의장이 아니라서 차라리 다행이다" "자리가 텅 빈 것도 모자라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고작 15분인데 저렇게 참석률이 낮냐" 등 비판이 이어졌다.
여타 국가 의회에서 진행된 연설의 경우 가장 큰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의 의원들이 참석해 자리를 메운 데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연설이 끝난 후 기립 박수를 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상례처럼 지속돼 왔다.
3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과 EU,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스위스 등 유럽 국가에 일본까지 각국 의회에 연쇄 연설을 할 때 한국에도 연설을 제안했지만 우리 국회는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설 역시 국회 차원이 아닌 상임위 차원에서 주도한 행사라,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참석률이 저조한 결과를 초래했다.
정치권 "지원 늘려야" 목소리 있지만 군사 지원엔 '신중'
이광재 외통위원장은 이날 의원들의 참석이 저조한 것에 대해 12일 기자들에게 "오후 6시 약속이 있으면 국회의원들 대부분 5시에 나가지 않나"라며 "3당의 대표와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과 더불어 행사에 참석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여영국 정의당 대표 등은 이날 각각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 행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역을 맡은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가 마리우폴 참사 영상이 나온 뒤 눈물을 참는 목소리로 통역한 것을 언급하며 인도적 지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설에서 한국에 요청한 군사 장비 지원에 대해서는 여야 정치권 어디서도 특별한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방탄모와 군복, 의약품 등을 지원했지만 "살상용 무기 지원은 제한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해선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면서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강력하게 지원하고 전후 경제 재건에도 활발히 지원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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