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3,000m 여자 계주
최민정 김아랑 심석희 나란히 출전...금메달 획득
시상식서 최민정 정면만 응시...심석희 굳은 표정
"이토록 불편한 시상식이 있을까요?"
국가대표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고도 활짝 웃지 못하는 시상식 모습에 한 시청자가 남긴 반응이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기쁨을 만끽하지 못한 것일까.
10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최민정(24·성남시청), 김아랑(27·고양시청), 심석희(24·성남시청), 서휘민(20·고려대)이 출전해 대역전극을 펼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최민정은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우리 선수들이 캐나다와 네덜란드, 헝가리에 처져 3, 4위로 밀려 있을 때 질주본능을 일으키며 마지막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1, 2위로 달리던 캐나다와 네덜란드 선수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절망하는 표정까지 지었다. 최민정이 바깥으로 돌면서 두 선수를 제쳤기 때문이다. 팀 경기였지만 최민정이 만들어준 금메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가장 높은 시상대에 오른 우리 선수들은 어쩐 일인지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최민정과 김아랑, 서휘민 등이 서로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낸 반면 심석희는 한쪽 구석에 서서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여서다.
심석희는 굳은 표정으로 웃지 않았다. 그러자 맏언니 김아랑이 서휘민에게 "(금메달을 심석희 목에) 걸어줘"라고 말했고, 심석희와 서휘민은 서로 메달을 목에 걸어줬다. 이 때 최민정은 정면만 응시한 채 심석희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시상식 내내 두 사람 사이에서 이상기운이 돌았다.
"최민정도 마음 편치 웃지 못해..."
사실 이러한 '불편한' 시상식 장면은 예상됐었다. 지난해 심석희가 최민정, 김아랑 선수를 향해 욕설 등 모바일 메시지를 국가대표팀 코치와 주고 받은 사실이 공개됐다. 특히 해당 메시지에는 심석희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최민정을 상대로 '고의충돌'을 의심할 만한 내용도 포함됐다.
이로 인해 심석희는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선수자격 2개월 정지 징계를 받았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심석희는 2개월 징계가 해제되면서 2월 대표팀에 복귀했다.
지난달 세계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에 소집한 최민정은 연맹 측에 "훈련을 제외하고 특정 선수와의 접촉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얄궂게도 두 사람은 3,000m 계주 결승에서 함께 뛰었다.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최민정과 심석희는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활짝 웃지도 못했다.
이들의 경기 모습을 영상에 담은 SBS 유튜브 채널 스포츠머그는 두 선수에 대해 "(결승전) 입장은 서로 멀찍이, (경기 중) 바통 터치는 직접 접촉하지 않게 등 두 사람이 마주하는 일을 줄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최민정은 본인이 일궈낸 영광의 순간에 마음 편히 웃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영상은 12일 오후 210만 건 이상의 조회수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영상을 접한 이들은 안타까운 시선을 보면서도 우리 선수들의 멋진 경기를 극찬했다. 이들은 "함께 경기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에서도 역전극을 펼친 최민정 선수가 대단하다. 4관왕까지" "최민정 선수의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과 역전의 하드캐리 덕에 온 나라가 기쁘다" "심석희 선수가 혼자 웃지 못하는 게 안타깝긴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서로 메달을 걸어주는 게 보기 좋았다" "김아랑 선수가 맏언니답게 심석희 선수를 챙기는 모습이 대인배다" 등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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