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검수완박 논란에 "거부권 언급 성급해"
한동훈 법무장관 지명 계기 기류 변화 감지
'원칙론자' 문 대통령 '졸속 처리'시 반대 여지
더불어민주당이 15일 국회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발의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민주당의 입법 강행 처리 시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검토한 바 없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임기 막판 정쟁의 한복판에 서야 한다는 부담이 큰 만큼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검수완박' 입법에 반대하며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한 김오수 검찰총장에 대해 "지금은 국회가 논의해야 할 시간"이라고 했다. 이어 "여러 차례 입법의 시간이라는 점을 말씀드렸다. 그것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했다. 법안 발의로 국회 논의를 앞두고 있고 본회의 처리 상황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김 총장을 만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에둘러 밝힌 것이다.
다만 이 법안이 민주당의 계획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는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청와대 측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언급은 아직은 이르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대통령 거부권이란 헌법 제53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행정부의 입법부에 대한 견제 수단이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해 정부에 이송된 법안에 이의가 있을 때 한 차례 국회에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본회의에 다시 상정해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법률로 확정된다. 역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66개 법안 중 다시 국회 본회의의 문턱을 넘은 사례는 없다.
가까운 예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2차례, 이명박 대통령이 1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 1차례도 행사하지 않았는데, 여당인 민주당과 조율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민주당이 지난해 야당, 언론 등의 반대에도 강행 처리하려던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경우 문 대통령은 '삼권분립'을 내세워 입장 표명을 자제하다 막판 제동을 걸었다. 검수완박 입법에 대해 같은 명분으로 언급을 삼가는 것을 두고, 이번에는 청와대가 '암묵적 동의'를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3일 최측근인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계기로 청와대 내 기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당초 청와대에선 '검수완박 추진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견해도 있었으나, 여권에선 한 후보자 지명으로 차기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검수완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거부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다만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이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졸속 처리' 비판이 제기될 경우 거부권 행사 등을 통해 반대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입법 과정에서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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