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출신 언론인 아파시니예프·미하일로프 체포
"'가짜뉴스 처벌법' 이용 언론사 탄압한 최초 사례"
러시아 정부가 강화된 '언론 통제법'을 이용해 반전 목소리를 내는 기자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이고 있다. 13일(현지시간)에만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시베리아 지역 언론인 두 명을 구금했고, 대학신문 학생 기자도 처벌하고 있다.
14일 영국 가디언과 미국 NBC방송을 종합하면 전날 러시아연방 하카스공화국 언론 '노비 포커스' 편집장 미하일 아파시니예프가 경찰에 체포됐다. 최근 노비 포커스가 기사에서 우크라이나 파병을 거부한 11명의 경찰 이야기를 다뤘다는 이유에서였다. 다음 날 러시아 검찰은 아파시니예프를 "러시아군에 관한 고의적인 가짜뉴스 유포"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달 통과된 언론 통제법에 따르면 이 죄목으로는 최대 징역 10년 형에 처할 수 있다. 아울러 이 같은 행위가 '심각한 결과'를 낳는 경우엔 징역 15년까지도 처할 수 있다.
같은 날 러시아연방 알타이자치공화국 지역 주간지 '리스토크' 창립자 세르게이 미하일로프도 체포됐다. 고르노알타이스크 지방 법원은 해당 매체가 대러 제재에 찬성하는 내용의 기사를 출고했다는 이유로 미하일로프를 재판 전 구금에 처하고 그에게 벌금 30만 루블(약 450만 원)을 부과했다. 리스토크 홈페이지는 지난달부터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를 '선동'했다는 이유로 차단됐다.
굴노자 사이드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CPJ) 유럽·중앙아시아 담당자는 두 언론인의 체포가 "러시아군과 관련한 '가짜뉴스' 처벌법을 이용해 언론사를 직접 탄압한 최초의 사례들"이라며 "이는 러시아가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법을 집행하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우려스러운 선례가 됐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도 성명을 내고 "두 언론인은 즉각 석방돼야 한다"며 "러시아 당국은 악명 높은 법 조항(러시아군 관련 가짜뉴스 처벌법)을 폐지하고 언론 자유 탄압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러시아 당국은 학생 기자들의 언론 활동까지도 검열하고 있다. 모스크바 고등경제대(HSE) 출신 학생들이 세운 독립 언론 '독사'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 내 가장 강력한 반전 목소리를 내는 언론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이에 당국은 지난달 독사의 홈페이지를 차단했다. 13일에는 독사에서 활동했던 네 명의 학생 기자들에게 2021년 반정부 민주화 시위를 선동했다는 죄로 2년의 '노동 교화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탄압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재판 진술 도중 "전쟁에서 죽은 이들을 추모하겠다"며 1분 동안 묵념하는 등 반전 의지를 꺾지 않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