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까지 8년 간 한국외대 총장
졸업생들 "고압적 불통 총장" 비판
특정 직업 학부모 파악 물의 빚기도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서 자질을 갖춘 인물인지 의구심을 품는 재학생, 졸업생이 많죠."
한국외대 총학생회 간부를 지낸 A씨가 15일 윤석열 정부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인철(65) 전 한국외대 총장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김 후보자는 2014년부터 올 초까지 8년간 총장을 지냈다. 이 기간 김 후보자와 여러 차례 면담도 했던 A씨는 김 후보자를 일러 "학생들에게 반말하거나 소리 지르는 등 일방적 언행을 많이 해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통 총장'으로 통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명 이후 온라인상에는 김 후보자가 "가만히 있어" "내가 니 친구야"라며 고함치는 영상이 돌아다닌다.
고압적 태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총장 재직 시설 회계부정 의혹에다 프로골퍼 선수에게 과도한 특혜를 줬다는 의혹, 거기에다 좋은 집안 출신인 소위 '금수저 학생' 파악을 위한 학부모 전수조사를 실시하는가 하면 장애인 학생을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 문제를 자신에 대한 소송 취하 문제와 연결지었다는 폭로도 나온다. 교육자로서, 교육부 장관으로서 자질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이다.
권력·재력 학부모 있나… 총장 때 '금수저' 전수조사
국회 교육위원회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본보 취재 등을 종합하면, 김 후보자가 총장에 취임한 이듬해인 2015년 외대는 △고위 공무원(2급 이상) △국회의원 △의사 △법조계(판사·검사·변호사) △대기업·금융권 상무 이상 △일반기업 대표 이상 등 특정 직업을 가진 학부모 파악에 나섰다. 학교 발전에 대한 의견 청취와 발전기금 모금 등이 목적이었다. 당시 신입생이었던 A씨는 "너무 놀라운 발상이라 학생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얼마 뒤 김 후보자가 직접 사과문을 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김 후보자 총장 취임 첫해인 2014년 말 성적평가 방식을 갑자기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꾼 것도 엄청난 '뒷말'을 낳았다. 외대는 학교 특성상 정량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실습, 회화 수업이 많다. 이 때문에 성적은 대개 절대평가에 따라 이뤄졌고, 되도록이면 각 학과의 특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그런데 김 후보자가 "학점에 후한 학교라는 이미지 때문에 취업이 잘 안 된다"며 갑자기 상대평가로 전환했다. 문제는 너무 급격한 전환이었는데다, 전환시점도 2014년 기말고사 직후였다는 점이다. 다들 절대평가로 알고 시험을 치렀는데, 평가할 때 돼서야 기준을 바꾼 것이다. 학생들이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김 후보자의 총장 시절 불합리한 일이 많았는데, 그 원인을 따져보면 대개 김 후보자가 대학을 취업 사관학교 정도로 인식했기 때문"이라 말했다.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를 고발 취하 거래 삼아
이는 장애인 학생을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 문제에도 연결된다. 2012년 외대에 입학했던 프로골퍼 김인경에게 학점·특별장학금 등 특혜를 제공했다는 논란이 2017년 불거졌다. 외대 총학생회는 2018년 3월 김 후보자를 비롯, 교수 40여 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2개월 뒤 취하했는데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의 회유가 있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A씨에 따르면 외대는 당시 장애인들이 가장 다니기 힘든 학교라는 소문이 날 정도로 강의실 엘리베이터가 부족했다. 엘리베이터 설치 문제가 논의되던 중 학교 측은 갑자기 "고발 상태에선 더 이상 논의가 없다"며 대화를 거부했다고 한다. 총학생회는 할 수 없이 김 후보자와 비공개 합의를 했다. 당시 김 후보자 자필 서명이 들어간 합의문엔 '인문과학관, 사회과학관, 교수학습개발원에 외부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는 문구가 있다.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를 고발 취하의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와 관련, 김 후보자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에 꾸려진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억도 안 나고 그런 일은 없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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