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 뒤 이듬해 합격 때까지 추가 경력 없어
"떨어지면 보통 영어공부와 봉사활동 많이 해"
2018년도 경북대 의대에 학사 편입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 정모(31)씨가 불합격했던 전년도 서류를 똑같이 제출하고도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한국일보 취재와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북대에서 제출받은 정 후보자 아들의 의대 학사 편입 전형 심사기록에 따르면, 정씨는 2017년 10월 12일 경북대 전자공학부 성적증명서와 공인영어성적(TEPS), 논문 참여 및 장학금 수여 내역 등을 2018년도 편입 서류로 제출했다.
서류에 기재된 경력은 모두 2017년도 편입 서류 제출 시한인 2016년 10월 이전에 마련된 것으로, 불합격했던 2017년도 편입 신청 때도 같은 서류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씨는 2016년 2월 이 학부를 평점평균 4.33(전체 341명 가운데 6등)으로 졸업했다. TEPS 성적은 881점인데, 2016년 3월 15일에 성적이 발표됐다. 앞서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씨가) 불합격 후 1년간 공부를 세게 한 것 같다"며 "텝스 점수가 881점이었다. 그 전해 불합격 때는 이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러 더 낮은 성적을 제출했을 리가 없다는 점에서, 홍 총장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씨가 제출한 학업 활동내역엔 7건의 장학금 수상내역과 2건의 논문 참여, 3건의 자원봉사 등이 있는데 역시 2016년 10월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2015년 8월1일부터 2016년 8월1일까지 전자공학회 학술 논문에 참여한 게 최종적으로 확인되는 경력이다. 2017년 학사 편입에 불합격한 뒤 2018년 합격할 때까지 추가된 경력이나 성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수도권 소재 의대에 편입한 한 학생은 "전년도에 떨어졌으면 영어성적을 더 올리거나 봉사활동을 더 많이 한다"면서 "전년도 서류를 그대로 제출했다면 좀 의아하긴 하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 아들 논문을 둘러싼 의혹도 짙어지고 있다. 정씨는 경북대 전자공학과 4학년 시절 박종태 교수의 제안으로 '사물인터넷 환경에서 CoAP 기반의 신뢰성 있는 이동성 관리 방법' '사물인터넷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한 oneM2M기반 ISO/IEEE 11073 DIM 전송 구조 설계 및 구현' 논문에 참여했다고 밝혔는데, 통상 이런 제안은 대학원 진학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출신으로 의대에 학사 편입한 한 의대생은 "어떤 공대 교수가 학생더러 의대와 의전원 편입 경력으로 쓰라고 자기 연구에 끼워주느냐"며 "굳이 챙겨주는 건 병원장 아들이 아니면 없을 일"이라고 말했다. 경북대 대학원 전자공학부의 한 박사후 연구원도 "교수가 먼저 연구를 제안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연구생 활동하면서 의대 편입 준비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다른 연구원도 "학생이 대학원에 오고 싶어한다면 연구생을 시켜주는 경우가 있다"며 "보통 이쪽(공대) 분야로 나가고 싶어하는 관심 있는 애들을 끼워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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