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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설 쓰는 박영광 경위 "형사도 소설가도 결국 사건 해결하는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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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설 쓰는 박영광 경위 "형사도 소설가도 결국 사건 해결하는 사람이죠"

입력
2022.04.19 04: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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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사냥' 시리즈 작가 인터뷰>
현직 형사의 사실적 한국판 범죄 소설로 주목
'유영철·정남규 소재' 2편, 영화화 작업 진행 중
6월 3편 발표… "범죄 이면 깊이 있게 다루고파"

16년 차 경찰인 박영광 작가가 17일 자신이 근무하는 전북 순창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영광 작가 제공

16년 차 경찰인 박영광 작가가 17일 자신이 근무하는 전북 순창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영광 작가 제공

'검찰청에 범죄피해구조금을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치료비를 정산하지 못했다. 국가에서 범죄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구조금을 적립해놓았지만 그것을 받아내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승진을 하면 경찰서를 옮겨야 한다는 내부지침이 잘못되었다는 듯 서장은 엄살을 피웠다. 인사 지침에 직원들은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정책이라는 설명은 일방적이었다.'

2017년 출간된 소설 '시그니처: 나비사냥2' 속 하태석 형사의 독백이다.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으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그는 한국 경찰 사회의 현실, 형사들이 겪는 고충과 애환을 날것 그대로 묘사한다. 현장의 디테일이 녹아든 독백을 따라가다 보면 하 형사가 허구의 캐릭터가 아닌 실존 인물처럼 느껴질 정도다.

작가는 전북 순창경찰서에 근무하는 박영광(48) 경위다. 그가 하태석을 주인공으로 2013년과 2017년에 각각 발표한 '나비사냥' 시리즈 1, 2편은 국내 현직 형사가 쓴 최초의 범죄 소설로 주목받으면서 총 8쇄를 찍고 수만 권이 팔려나갔다. 오는 6월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출간을 앞둔 박 작가는 1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찰 소설을 쓸 때 가장 좋은 점은 직무 경험을 살릴 수 있어 소재가 풍성해진다는 것"이라며 "형사가 아니면 누구도 풀어낼 수 없는 범죄 수사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로 형사 생활 16년 차를 맞은 박 작가는 지금까지 6권의 소설을 펴냈다. 2006년 데뷔작 '눈의 시'는 멜로 소설이었지만, 두 번째 작품 '이별을 잃다'(2008)부터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경찰 소설을 쓰고 있다.

아무리 잘 아는 얘기라지만 현직 경찰이 꾸준히 소설을 발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주야간으로 빡빡하게 돌아가는 일정 속에서 구성과 집필, 퇴고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드는 창작 작업을 병행하기란 녹록지 않아서다. 하지만 박 작가는 "오히려 현직이라서 가능했던 일"이라며 "십수 년간 수사관으로서 겪은 사건 경험과 성찰이 나만의 팁"이라고 말했다.

박영광 작가가 17일 자신이 근무하는 전북 순창경찰서 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 작가는 1999년 청와대 101단으로 경찰에 입문해 강력팀, 과학수사팀, 지능팀 등 수사 부서를 거쳤다. 박영광 작가 제공

박영광 작가가 17일 자신이 근무하는 전북 순창경찰서 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 작가는 1999년 청와대 101단으로 경찰에 입문해 강력팀, 과학수사팀, 지능팀 등 수사 부서를 거쳤다. 박영광 작가 제공

최근 발표작으로 두 사이코패스의 살인 경쟁을 다룬 '시그니처'는 2000년대 초반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유영철과 정남규의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했다. 박 작가는 경찰청에서 발간한 사건백서와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사건을 고증하면서 찾아낸 단서에 문학적 상상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집필했다고 한다. 그는 "실제 사건에서 비롯한 이야기는 잔인함과 폭력성을 배가시키고 독자의 몰입도를 높인다"며 "작가로서도 형사로서도 미제 사건을 해결해 나가면서 느끼는 쾌감이 큰데, 그 점이 소설을 쓰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박 작가의 '분신' 하태석 형사는 조만간 스크린에서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시그니처'가 영화화 계약을 마치고 현재 시나리오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아마추어 작가로서 하고 싶은 대로 소설을 써왔는데 영화화를 계기로 성과를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며 "앞으로는 범죄를 사실감 있게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가해자의 서사, 피해자 가족의 고통 등 범죄 이면에 존재하는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뤄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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