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정책협의단 박진, CVID 여러 차례 언급
2003년 나온 북핵 협상 목표...현실 역량이 중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뜻하는 CVID가 다시 돌아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장이던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이달 초 방미 기간 이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하면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2003년) 처음 나온 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자리를 내준 CVID가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목표로 부활한 셈이다.
CVID는 북한의 비핵화에 성공한다면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CVID를 이루지 못하고, 문재인 정부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실패한 상황에서 낡은 구호부터 다시 꺼낸 것 같아 아쉽다. 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유화책으로 오도하고 ‘ABM(Anything But Moon)’ 완전부정으로 가기 위해 한물간 CVID를 들고나온 건 아니기를 바란다.
윤 당선인 측도 잘 알 듯 ‘문재인 식 완전한 비핵화’라고 해서 검증을 하지 않거나, 북핵을 되돌릴 수 있게 하자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미국이 마치 달라진 CVID 대북정책을 내놓기나 한 듯 상황을 호도했던 건 잘못이다.
새 정부 5년을 시작하는 마당에 전 정부의 잘못을 발판 삼아 업적을 쌓겠다는 욕심은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 ‘비핵·개방·3000’이나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과연 맥락이 다른 얘기였던가. 윤 당선인의 대북정책 공약 역시 마찬가지이고.
중요한 건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현실적인 역량이다. ‘어떻게’가 결여된 공허한 정책은 의미가 없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 이란, 중국 등의 외교 난제에 빠져 북핵을 챙기지 못하고, 북한은 다시 신형전술미사일로 도발하면서 7차 핵실험까지 준비하는 진퇴양난 상황이다. 윤 당선인이 차별화에만 힘을 쏟다가 게도, 구럭도 모두 잃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엉성한 차별화 포장이나 과거의 오판 반복 대신 시급한 건 실력과 유연성 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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