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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은 어떻게 스리랑카 경제위기를 재앙으로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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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은 어떻게 스리랑카 경제위기를 재앙으로 만들었나

입력
2022.04.18 17:27
수정
2022.04.1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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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ㆍ식량 가격 6개월 새 2배 폭등
누적된 경제위기에 우크라 전쟁 영향
19일부터 IMF와 구제금융 협상 시작
WSJ "파키스탄, 이집트, 아르헨티나도 위험"

스리랑카 최대도시 콜롬보의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17일 시민들이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허수아비를 앞세운 채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콜롬보=AFP 연합뉴스

스리랑카 최대도시 콜롬보의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17일 시민들이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허수아비를 앞세운 채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콜롬보=AFP 연합뉴스

스리랑카의 디폴트(채무상환불이행) 선언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세계경제의 변화가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장기화로 인한 관광객 감소 등 누적된 내부 요인에 전쟁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 외부 효과가 더해진 결과라는 진단이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스리랑카의 디폴트 선언은 급등한 연료·식량 수입을 위해 채무상환에 드는 달러 준비금을 줄이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실제 스리랑카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경유의 국내 시장가격은 두 배로 뛰었다. 쌀과 밀의 가격도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치솟는 물가에 대한 불만으로 스리랑카 국민들은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에 대한 퇴진을 요구하는 등 소요사태가 발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의 연료·식량 가격 폭등이 스리랑카의 누적된 경제위기를 재앙으로 돌변하게 했다고 WP는 평가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관광객 감소 이전부터 스리랑카에서는 정부의 외채 과다 지출, 부적절한 시기의 감세정책 등으로 부실이 쌓여왔다. 여기에 전쟁 여파로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석유 연료 의존도가 높은 스리랑카는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인상에 직격탄을 맞았다. 석유는 스리랑카 전체 발전량의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가 상승해 수입량이 줄어들면 교통과 산업 전반이 마비되는 국가다. 알리 사브리 스리랑카 재무부 장관도 디폴트 선언을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불행한 상황이 일어나면서 우리의 필수 연료 수입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며 “화물 가격도 올라가면서 우리의 (석유) 비축량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토로했다.

식량 사정도 마찬가지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주 세계 식량 가격이 1990년 집계를 낸 이래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고 밝혔다. FAO는 식량 가격이 급등한 원인으로 주요 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휩쓸린 탓도 크다고 분석했다. FAO는 “주요 곡물 가격 상승은 세계 소비자들, 특히 가난한 나라에 특별한 비용을 부과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스리랑카에서 현실이 된 셈이다.

국제분쟁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앨런 키난 분석가는 “스리랑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니더라도 위기에 처했을 것이지만, 전쟁이 위기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디폴트 선언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식량과 연료를 구매하겠다는 선택”이라고 WP에 말했다.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는 19일부터 IMF와 구제금융 협상을 시작한다. 알리 사브리 재무부 장관이 이끄는 스리랑카 대표단은 17일 IMF 본부가 있는 미국 워싱턴으로 향했으며, 최대 40억 달러(약 4조9,000억 원)가량의 구제금융을 요청할 예정이다. 스리랑카에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는 70억 달러이며, 당장 7월에 10억 달러를 갚아야 한다. 현재 스리랑카 외환보유액은 23억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여파로 스리랑카에 이어 파키스탄, 이집트, 아르헨티나 등 개발도상국들의 국가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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