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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소녀가 537만원… 中노총각의 인도차이나 여성 인신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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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소녀가 537만원… 中노총각의 인도차이나 여성 인신매매

입력
2022.04.18 15:33
수정
2022.04.18 16: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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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소수민족·취약가정이 주요 타깃
단속 강화되자 캄보디아·라오스로 확장
"치안 붕괴된 미얀마, 인신매매 무법천지"

중국 노총각에게 팔려 갔다 지난해 8월 베트남 고향으로 송환된 한 여성(왼쪽)이 가족과 함께 오솔길을 걷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중국 노총각에게 팔려 갔다 지난해 8월 베트남 고향으로 송환된 한 여성(왼쪽)이 가족과 함께 오솔길을 걷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중국 노총각들이 인도차이나 반도의 어린 소녀들을 신부감으로 삼기 위해 인신매매를 일삼고 있다. 이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혈안이 된 국제 조직들은 최근 캄보디아ㆍ라오스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20년 2월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까지 중국발(發) 인신매매의 새로운 '핫스팟'으로 떠올라 관련국들의 공동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베트남 인민법원은 지난 14일 인신매매 조직에 13세 딸을 팔아 넘긴 프엉(47)씨에게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프엉은 2018년 자신의 심장 질환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중국과 연계된 현지 인신매매 조직에 접근해 4,367달러(한화 537만 원)를 수령한 뒤 딸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에서 반 감금 상태로 지내던 프엉의 딸은 올해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 고향에 돌아가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딸의 선처 요구에 프엉에 대한 선고 형량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베트남 소녀 인신매매는 1990년대부터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범죄 대상은 중국과 국경을 맞댄 베트남 북부 산악지대의 소수민족이나 남부 메콩 삼각주 지역의 가난한 가정 여성들이다. 인신매매 범죄는 현지 조직들이 가족을 먼저 포섭한 뒤 노총각 고객들을 확보한 중국 측에 소녀를 강제로 넘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인권단체들은 2020년에만 최소 90명의 베트남 여성이 중국에 끌려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베트남 공안은 2020년 12월 남부 껀터시에서 14세 쌍둥이 자매를 중국 조직에 700만 원을 받고 넘기려던 일당 3명을 검거하는 등 현지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베트남 측 활로가 막히자 인신매매 조직들은 인접한 캄보디아와 라오스로 넘어가는 추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관광산업 붕괴로 생활고에 빠진 가정이 타깃이다. 양국의 인신매매 의심 사건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청룡재단(Blue Dragon Foundation)의 마이클 브로소스키 공동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존의 베트남은 물론 라오스, 캄보디아 여성들을 대상으로 인신매매가 더 늘고 있다"며 "그나마 베트남 공안이 인접국들과 대책 마련에 나서지만 근본적인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청룡재단은 2020년 중국으로 끌려갔던 70명의 베트남 인신매매 범죄 피해 여성들을 찾아 본국으로 송환시킨 바 있다.

청룡재단은 치안 체계가 붕괴된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촉구했다. 브로소스키 대표는 "쿠데타 이후 미얀마와 중국 국경지대는 인신매매범들의 무법천지로 변한 상태"라며 "과거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문민정부 시절과 달리 친중(親中) 정권인 군부는 자국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인신매매 범죄에 아무런 관심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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