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인식' 못 쫓아가는 현실
돌봄·가사 부담 여전히 여성에 쏠려
5년 전에 비해 우리 국민의 성평등 의식 수준은 많이 높아졌지만, 실제 가정 속에선 여전히 가사와 돌봄 부담이 여성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 청년층을 중심으로 '남자는 돈 벌고 여자는 아이 키운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의식적 변화는 빠르지만, 정작 현실에서 일과 돌봄을 균형있게 분배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2030 "가사·돌봄 반반" 늘었지만…
19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는 '성평등 의식 수준은 높아졌으나 현실과 격차는 크다'로 요약된다. 여가부는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해 가족 가치관, 가정 생활, 경제활동 등 전반에 대한 성평등 의식 수준을 5년 단위로 조사한다. 이번 결과가 2016년에 이은 두 번째 조사로 지난해 9, 10월 4,49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우선, 젊을수록 고정된 성 역할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가족 생계는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비율이 2016년 42.1%에서 2021년 29.9%로 12.2%포인트 감소했는데, 특히 20대 남성 동의 비율은 17.5%에 불과했다. '직장생활을 해도 자녀에 대한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는 60대 이상 남성이 33.3%지만, 20대와 30대 남성은 각각 8%, 12.8%에 그쳤다. 생계 책임과 자녀 돌봄을 부부가 같이 부담해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 잡은 셈이다.
현실에선 여전히 여성 몫→경력단절 문제로
여성에 대한 경제활동 요구가 높아진 만큼 남성의 육아 참여도는 증가했을까. '여성은 독립을 위해 직업을 가져야 한다' 비율이 79.1%→86.9% 급증한 반면, '남성도 다른 사람 도움 없이 아이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는 비중은 82.0%→82.9%로 제자리다.
여성의 경제적 능력과 남성의 육아 능력에 대한 의식 차이는, 실제 맞벌이 부부 생활에 그대로 나타난다. 맞벌이 여성 65.5%, 남성 59.1%가 '가사와 돌봄을 전적으로 아내가 한다'고 답했다. 숙제나 공부지도, 등하교(원) 동행 등을 전담하는 쪽 역시 여성이다. 여성 대부분 각 자녀돌봄 활동에 따라 45~80%가 '자주 또는 매우 자주한다'고 답했다. 남성의 같은 대답은 거의 모든 활동에서 20% 안팎이다.
결국 여성에게 일과 육아 병행 부담이 쏠리는 구조다. 맞벌이 가정 여성이 하루 중 '돌봄'에 쓰는 시간은 1.4시간으로 남성(0.7시간)의 2배고,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경우 남성 1.2시간, 여성 3.7시간으로 3배 이상 격차를 보였다. 결국 직장을 포기하게 되는 문제를 체감하는 듯,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할 성불평등을 묻는 항목에 '여성의 경력단절'(28.4%)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 외에 남녀 모두 '여성폭력이 심각하다'는 동의 비율이 높게 나오고 청년층이 온라인 성희롱 문제 심각성에 공감하는 등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은 편이다.
"의식과 현실 간극 좁히는 정책 만들어야"
여가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여가부는 성불평등 실태를 기반으로 필요한 제도 개선과 대응책 등 앞으로 성평등 정책이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을 정립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우리 사회 양성평등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일·생활 균형이 필요하다는 인식, 폭력에 대한 민감도 증가는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아직 여성 경력단절과 돌봄 부담 해소, 여성폭력 문제 개선 등 성평등을 촉진하려면 더 적극적이고 꾸준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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