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 장애인의 날 릴레이 인터뷰]
<2>넷마블엔투 이지현 그래픽 파트장
"장애 배려 없이는 서로 오해 있을 수도"
장애인이 더 많이 일하는 날이 오기를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이름은 들어봤을 유명 모바일 게임 '모두의 마블'의 배경화면은 청각장애인 이지현(38)씨의 손끝에서부터 시작됐다. '모두의 마블'뿐 아니라 '캐치마인드' 등 굵직굵직한 게임의 배경 원화를 그려낸 그는 지금은 '머지 쿵야 아일랜드'라는 게임의 메인 콘셉트 원화가 겸 그래픽 파트장으로 일하고 있다.
중증 청각장애를 가진 이씨는 18일 한국일보와 서면인터뷰에서 "게임을 매개로 타인과 자유로운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평소에도 게임을 좋아했다"면서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 일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학교에서는 순수미술을 전공했다"는 그는 "(장애로)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껴 홀로 작업이 가능한 순수 창작의 길을 걷고자 했었다"라고 말했다. 진로를 고민하던 와중에 게임회사에 다니던 남편의 격려로 업계에 발을 들였다.
다른 게임회사에서 원화가로 경력을 쌓던 이씨는 2019년 넷마블엔투에 입사했다.평소에 구화(말하기)를 쓰지만 부정확한 발음으로 완벽한 의사소통은 어렵다. 이 때문에 이씨는 회사에서 메신저나 음성 인식 애플리케이션(앱)을 주로 쓴다. 게임의 콘셉트를 어떻게 구현할지를 두고 수차례 회의를 거치는 만큼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씨는 "회사에서는 회의할 때는 실시간으로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면서 "또 자연스레 마지막에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 준다"라고 했다.
이런 작은 배려가 이씨에게는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다. 정보기술(IT)의 발전도 도움이 됐다. 이씨는 "음성 인식 앱을 활용하면서 이전보다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을 이해하기 수월해졌다"라고 전했다. 음성을 실시간으로 인식해서 문자로 바꿔주는 기능이다.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서는 스스로의 의지 못지않게 그를 둘러싼 환경의 개선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장애인은 취업의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할뿐더러 취업이 되더라도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아무 일도 아닌 상황에서도 동료와 오해나 마찰이 생기기 쉽다"라고 전했다.
이어 "더 많은 기업들이 장애인을 배려하는 시스템과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협업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회사에서 중증 장애를 가진 동료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멘토링을 자원하기도 했다. 이씨의 행보는 지난해 넷마블 주요 계열사가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을 만드는 데 영향을 끼쳤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은 이씨는 '2022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산업포장을 수상, 장애인 고용촉진 유공자로 인정됐다. 그는 더 많은 장애인이 일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같은 길을 걷게 될 장애를 가진 후배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법을 늘 고민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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