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인수위 장애인 정책 브리핑 답변에 "실망스럽다"
"시내버스 저상버스로 교체, 이미 법으로 규정돼"
'탈시설 이견'에는 "유엔협약에서 인정한 권리" 반박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가 지난 3월 2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면담에서 요구한 검토 의견에 대응해 인수위가 19일 내놓은 장애인 정책 브리핑을 놓고 "우리가 요구하고 있는 내용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다"며 실망감을 표현했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19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한 박 대표는 인수위의 응답에 대해 "매 정부가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장애인 정책을 발표하는데, 그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서 "검토하겠다, 확대하겠다 정도의 이야기는 지난 21년간 들어 왔던 얘기와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YTN 라디오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에도 출연한 박 대표는 "2023년에 반영될 장애인 예산과 구체적인 정책을 요청했는데 반영되지 않아 매우 실망스럽고, 희망고문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인수위는 19일 장애인 정책 브리핑을 통해 장애인 지원 정책을 발표했지만 전장연이 요구한 장애인권리 예산에 대해서는 검토나 확대 등의 원론적인 응답에 그쳤다는 게 전장연 측의 평가다.
박 대표는 MBC '뉴스하이킥'에서 구체적으로 정책 항목 몇 가지를 짚었다. 특히 인수위가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의무교체'를 내건 것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해 12월 31일 개정된 교통약자법에 의해서 하게끔 만들어진 것을 재확인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인수위에서 새롭게 내건 정책이 아니라는 얘기다. 함께 나온 '2027년까지 장애인 콜택시 100% 도입률 달성'은 "수치만 보면 100%인데, 5년이면 윤석열 정부 마지막까지 질질 끌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하기도 했다.
"탈시설 지원 안해놓고 '탈시설 두려움'을 '이견'으로 표현"
전장연의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인 '탈시설 자립지원 시범사업 예산 확대 편성'에 대해서는 정부와 인수위에서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면서 수용에 난색을 표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탈시설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19조에서 규정한 권리인데 이걸 다양한 주장이 있다고 표현하려면 유엔을 가서 싸우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탈시설이란 장애인이 장애 정도와 관계없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자신의 거주지 및 동거인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함을 의미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탈시설 로드맵 수립을 권고했고, 문재인 정부는 탈시설을 국정과제로 지정해 추진했다. 하지만 전장연 측은 기존의 장애인 주거시설 예산이 6,224억 원에 이르는 가운데 탈시설 지원 시범사업의 예산이 24억 원에 불과하다며 흐름이 지나치게 더디다고 지적해 왔다.
박 대표는 "정부의 탈시설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정부가) 이런 불안감을 장애인 단체 간의 갈등이나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식으로 책임 전가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론 아쉽다... 이준석 사과 없었고 혐오표현 줄어드는 효과도 없어"
박경석 대표는 앞서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공격해 온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와 지난 13일 방송 토론을 벌였다. 그는 YTN '뉴스 정면승부'에서 당시 토론에 대해 "집권 여당이 될 당대표께서 사실과 다른 내용들을 편집해 주장하고, 전장연을 향해서 정치적으로 갈라치는 공격을 한 것에 대해서 사과를 해 달라고 했지만 사과를 받지 못했다"면서 "장애인의 권리가 무엇인지, 특히 장애인 이동권이 지금까지 왜 보장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얘기하지 못해 아쉽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토론에서 장애인 대상의 혐오표현을 줄여달라 호소했지만 역시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면서 "토론보다는 인수위와 면담 후 출근길에 지하철 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줄어든 정도고, 유튜브 등을 통한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행위 등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박 대표는 21일에는 다시 지하철에 오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재도 인수위가 있는 경복궁역에서 삭발 시위를 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21일 오전 7시에 5호선 광화문역과 2호선 시청역, 3호선 경복궁역에서 지하철을 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출근길 시위' 방식을 향한 비판에 대해 '뉴스하이킥'에 "출근길에 불편함을 끼친 것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사과하고 있지만, 장애인 권리를 이런 식으로 취급하는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있다"면서 "사회의 변화에 동참해 달라는 마음으로 정부에 단호하게 이야기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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