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낯선 희소 질환 '파브리병', 유전 질환이지만 진행 억제는 가능해

입력
2022.04.19 20:47
0 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의사 요한’에서 ‘파브리병(fabry disease)’이라는 낯선 이름의 질환이 등장한다. 드라마 속에서 차요한(지성 분)과 강시영(이세정 분)은 급박한 상황에 놓인 파브리병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장면이 등장한 바 있다.

당지질의 선천성 대사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전병인 파브리병은 11만7,000명당 1명 꼴로 알려진다. 국내에서는 1989년 처음 보고돼 현재 정식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250명에 불과하다. 1898년 독일의 존 파브리(Johann Fabry)와 영국의 윌리암스 앤더슨(Williams Anderson)에 의해 처음 보고돼 ‘파브리 앤더슨병’으로도 불린다.

대표적인 증상이 없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조기 진단이 무척 어렵다. 김영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교수에게 파브리병을 물었다.

-생소한 이름의 파브리병은 어떤 질환인가.

“성염색체 유전 질환으로, 세포 내 소기관인 리소좀(lysosome)은 당지질 대사를 한다. 그 역할을 하는 효소인 알파 갈락토시다제 A(alpha-galactosidase A)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대사되지 않은 GL-3(또는 Gb-3)이라고 하는 물질이 우리 세포에 지속적으로 쌓인다. 이로 인해 다양한 기관이 서서히 손상되는 진행성 희소 난치질환이다.”

-대사 산물이 축적되면 몸에 어떤 문제가 생기나.

“GL-3라는 물질이 세포에 계속 쌓이면 우리 몸 여러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GL-3는 세포 독성이 있고 염증 반응을 일으키며 혈관 벽에 축적돼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킨다. 피부, 눈, 뇌, 말초신경, 콩팥, 심장 등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파브리병을 의심할 만한 증상은.

“어릴 때부터 설명이 잘 되지 않는 신경통이나 땀 분비 이상, 안과와 피부 질환이 동반되고, 어른이 되면서 원인불명의 콩팥과 심장 기능 악화가 나타나 젊은 나이에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 손발이 타는 듯한 통증이나 땀이 나지 않는 무한증, 피부 발진, 만성 통증, 단백뇨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환자마다 증상이 매우 다양하고 단독 증상만 나타나기도 하기에 환자 스스로 증상을 인지하고 병원을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파브리병은 남자 환자가 대부분이라는데.

“성염색체, 즉 X염색체 유전 질환이기 때문이다. 남성은 X염색체가 하나여서 증상이 조기 발생하고 좀 더 심한 반면, 여성은 증상이 발생하더라도 무증상부터 심한 증상까지 다양한 임상 증상을 보인다. 그렇다고 여성이 파브리병에 대해 안전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파브리병을 앓고 있는 유병률은.

“연구마다 다르지만 11만7,000명당 1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진단이 잘 되지 않아 정확하지 않다. 국내 파브리병환우회에 따르면 현재 진단받은 환자는 250명으로 확인된다. 일단 파브리병으로 진단되면 가족 중 추가 환자를 찾아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다행인 측면도 있다.”

-병이 의심되면 어떻게 진단하나.

“우선 증상이 의심되면 남성의 경우 효소 활성도 검사를 하고 여기서 의심되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여성은 효소 활성도 검사에서 정상인 경우가 있기에 의심되면 바로 유전자 검사를 추천한다. 이 밖에 대사되지 않는 물질을 측정하는 검사법이나 침범한 장기 조직을 검사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다양한 검사를 종합해 최종 진단한다.”

-파브리병이라면 어떤 치료를 하나.

“증상의 경중과 국가에서 지정한 건강보험 기준에 따라 효소 대체 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사되지 않은 GL-3를 배출해 병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치료는 아니고 적응증이 있다. 성인이 되면 뇌졸중 또는 심장, 콩팥 기능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이에 맞는 식습관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파브리병은 유전 질환임에도 진행 억제 치료가 가능한 병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