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례로 본 '야외 마스크 해제' 논쟁
연구 결과는 "야외 상황 코로나 전염 거의 없어"
"실내 마스크 착용에 영향 미칠 우려" 반대 의견도
야외 상황에서도 밀접 접촉은 위험 높아져
"5월 초에 실외 마스크 계속 착용 여부를 결정하겠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
"실외 마스크 프리 선언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신용현 인수위 수석대변인)
방역당국이 '야외 마스크'의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신중론'을 제기했다. 대선 기간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각종 방역 규제가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해 온 윤석열 당선인의 인수위가 '마스크'에 있어서 만큼은 '규제를 풀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앞서 대선 기간 중 윤석열 캠프 측은 마스크에 관해 "실외 마스크 착용은 폐지하되 실내 마스크 착용은 유행 상황을 봐 가며 탄력적으로 결정하자"는 입장을 제시했다.
사실 '과학적' 연구 결과에 따르자면 야외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다른 '사회적 거리두기'에 비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필수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럼에도 실외 마스크 의무 해제가 두려움을 낳는 이유는 자칫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 혹은 '마스크를 쓰지 말아야 한다' 같은 잘못된 메시지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어떻게 마스크를 쓰고 벗었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20년 4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기 어려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권장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때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마스크 쓰기의 중요성을 깎아내리는 태도를 보여 마스크를 쓰는 문제는 정치적 분쟁 요소로 비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해 하반기에 백악관 행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대규모 발생하고,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마스크 착용은 자연히 표준으로 정착했다.
2021년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자, 그해 5월 CDC는 "백신 접종을 끝낸 사람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델타 변이'로 인해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나자 CDC는 7월에 다시 지침을 변경해 실내 공공장소와 대중 교통에서는 예방 접종 여부에 관계없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이때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부활하지 않았다. 최근 법원의 판결과 연방정부 측의 항소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실외가 아닌 비행기와 기차, 대중교통 등에서 의무적으로 마스크 쓰도록 하는 문제다.
"실외 상황에서 거의 전파 안 된다"
2021년 미국에서 '실외 마스크 해제' 주장이 힘을 얻은 데는 두 가지 배경이 있었다. 하나는 백신 접종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의 하나로 탈(脫) 마스크를 제시한다는 것이었다. 한국 역시 이와 비슷한 의도로 2021년 6월 백신 접종자에 한해 실외 마스크 해제 조치를 내렸다가 확진자가 늘면서 곧바로 철회했다.
다른 하나는 실제로 실외 상황에서는 전파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1년 동안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쌓인 여러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했다. 그해 2월 공개된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UC샌프란시스코) 연구진의 문헌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의 90% 이상은 실내에서 발생했다. 실외 감염으로 집계된 사례 역시 대부분 실내와 실외 활동이 복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를 "실외 상황에서 바이러스가 코 외에도 갈 곳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시는 비말(침방울)이 코로나19 감염의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후 에어로졸(공기 부유 입자)이 주요 감염 경로로 부상하면서, 실내에서는 사람이 있든 없든 마스크를 쓸 필요성이 있었지만 실외 상황에서 전파도가 낮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실외 마스크 착용이 강제된다면 오히려 실내 활동을 유도해 감염을 늘릴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흔히 제기되는 야외 마스크 의무화에 대한 불만 중 하나가 "실외에서 애써 마스크 쓰고 다니더니, 결국 실내에선 밥 먹느라 마스크 벗고 대화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의 전염병 전문 연구원 뮈게 체비크는 "야외에서 정기적으로 마스크를 쓰라고 하면 정신적 피로가 더 커진다"면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사람들을 실내로 몰아넣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유지' 위해선 필요"
하지만 여러 사람이 모이는 상황에서는 야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같은 대학의 바바크 자비드와 스위스 취리히 대학병원의 연구진은 2021년 영국의학저널(BMJ)에 실은 논문에서 2020년 여름 벌어진 흑인생명권운동(BLM) 집회와 사우스다코타주 스터지스 오토바이 축제를 비교한 결과, 전자는 코로나19 대규모 확산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반면 후자는 대규모 감염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본 두 행사의 차이점은 전자의 경우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충분히 둔 반면, 후자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전자가 야외에서만 이뤄진 '집회'인 것과 달리, 후자의 경우 '축제'라는 특성상 결국 실내 활동으로 연결되면서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수가 모이는 상황도 빈발했다.
자비드 팀은 "우리는 실외 전파의 위험이 크다거나 혼자 있을 때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는 방식이 옳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반화할 경우 실내 마스크 착용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에서는 2021년 5월 CDC에서 나온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표현이 오히려 비확진자나 백신 미접종자, 고위험군 등까지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잘못 해석되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CDC의 지침은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 안전하다는 것이지 마스크를 버려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야외 마스크 해제돼도 챙길 필요는 있어"
당연하게도 실외 접촉 역시 위험이 제로는 아니다. 버지니아주 조지메이슨대의 전염병학자 사스키아 포페스쿠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실외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세 가지는 거리와 지속 시간 그리고 강도"라면서 "사람이 더 오랫동안 가까이 머물수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고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밝혔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한국은 지금도 실외에서는 2m 이상 간격이 유지되면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과태료 대상이 되지 않는다. 김유미 일상방역관리팀장은 21일 "간격이 좁아지면 기침이나 재채기 등으로 침방울을 통한 감염 가능성이 커지겠지만 실외이기 때문에 실내와 비교해서는 가능성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포페스쿠의 설명에 따르면, 실외 마스크 의무가 해제된 상황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동안은 마스크를 챙겨 다니면서 쓸 만한 상황은 남아 있다. 포페스쿠는 이에 대해 "접촉이 짧고 위험이 매우 낮더라도 마스크를 쓰는 것이 옳은 일임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전통시장에서 걸어다닐 경우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당연히 마스크를 쓰는 편이 안전하다. 또 길거리에서 산책이나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 경우 혼자 있을 때에는 마스크가 꼭 필요하지 않지만, 누군가와 마주치거나 여럿이 함께 운동할 경우에는 잠시 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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