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때 "도에서 도시공원부지 모두 매입"
1년 전부터 TF 꾸려 민간특례 비공개 검토
元 "민간개발은 투기 방지 위해 공개 안 해"
원희룡(58)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제주지사 재직 시절 도시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중적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도민에겐 난개발을 막기 위해 모든 도시공원 부지를 지자체가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내부적으론 그보다 1년여 전부터 민간에 개발권을 부여하는 특례사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21일 한국일보 취재와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를 종합하면, 제주도는 2017년 4월 25일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같은 해 5월 16일 당시 도지사였던 원희룡 후보에게 보고했다.
원 후보는 이틀 뒤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 등을 특례 대상으로 우선 검토한다는 내용의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추진방안 검토’ 문건을 결재했다. 도가 2019년 하반기에야 공식화한 두 공원 부지의 민간 개발이 이때부터 검토된 셈이다. 원 후보는 그해 7월 3일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추진계획안’을 보고받고는 “해당 사업의 비공개 검토를 원칙으로 하고, 특례사업 추진을 위한 자문 실시 등 사전 준비도 비공개로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TF는 2019년 1월 21일에 도시공원 민간특례 지침의 초안을 검토 논의하는 4차 회의를 여는 등 활동을 이어갔다. 같은 해 9월 11일 원 후보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시행계획 문건을 결재했다. 문건엔 “재정부담 최소화를 위해 특례사업 도입이 불가피하다”면서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을 민간특례사업 대상으로 선정하고 제안 공고를 추진한다”고 명시됐다.
이런 와중에 제주도는 2018년 11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지방채 등을 발행해 도시공원 부지를 모두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달 전인 10월 1일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자료' 요구에 회신하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녹지공간 보전 및 도시공원의 균형 배치를 위해 공원 부지 전체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1년 4개월 전부터 TF를 꾸려 검토에 들어간 민간특례사업 추진 방침과는 결이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원 후보는 이 같은 대외 발표에 앞서 그해 9월 20일, 이듬해부터 5년간 지방채 5,718억 원 및 추가 재원을 확보해 공원 부지를 모두 매입한다는 계획을 결재했다. 외부적으로는 도시공원 공공개발 의지를 밝히면서도 내부적으론 민간자본 유치를 추진하는 제주도의 '표리부동한' 행보를 직접 이끈 형국이다.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은 공원용지로 지정된 부지에 20년간 공원이 조성되지 않으면 용도를 해제하는 공원일몰제(2020년 7월 시행)에 대비해 2009년 도입됐다. 민간사업자가 공원 부지의 최대 30%를 아파트 등으로 개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되 나머지 부지 70%는 공원으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용도 해제된 공원용지는 지자체가 사들여 난개발을 막는 게 가장 좋지만, 재원이 부족할 때 쓸 수 있는 차선책으로 마련한 제도가 민간특례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가 2018~19년 지방채 발행 계획을 수립하면서 우선 매입 대상으로 정한 도시공원 부지는 모두 39곳이다. 여기엔 도가 민간 개발로 선회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마친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도 포함돼 있다. 도 관계자는 "민간특례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2개 공원을 제외하면 지방채 발행을 통한 부지 매입 계획이 유효한 상태"라고 말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원희룡 전 지사는 겉으론 도시공원을 모두 매입하겠다면서 속으로는 민간특례를 추진했다”며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될 경우) 토건세력 이익을 우선시할 것이 예견된다”며 장관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홍명환 제주도의원은 “도지사는 한 명인데 사업계획은 2개가 존재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꼬집었다.
원 후보 측은 공원 부지의 공공 매입을 공언하고도 민간특례사업을 비공개로 추진한 경위를 묻는 질문에 “오등봉·중부공원 민간특례사업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2019년 10월이고 2018년엔 '지자체의 부지매입'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게다가 재정을 투입한 공원도 있고 소수 민간투자를 허용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민간개발사업 대부분은 투기 방지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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