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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명물 '을지OB베어' 결국 강제 철거… 시민단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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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명물 '을지OB베어' 결국 강제 철거… 시민단체 반발

입력
2022.04.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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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20분 강제집행 시작... 1시간 뒤 종료
법원 용역과 시민단체 활동가들 가게 앞 대치
"대응책 찾을 것... 서울시는 상생 방안 내놔야"

21일 오전 서울 중구 노가리골목 '을지OB베어에서 용역들의 강제집행이 이뤄지고 있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21일 오전 서울 중구 노가리골목 '을지OB베어에서 용역들의 강제집행이 이뤄지고 있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서울 중구 노가리골목의 터줏대감인 '을지OB베어'가 건물주와의 분쟁 끝에 결국 철거됐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서울시와 건물주는 상생 방안을 내놓으라"며 반발했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등에 따르면 21일 오전 4시 20분쯤 법원이 고용한 용역 100여 명은 을지OB베어 철거에 나섰다. 이들은 가게 간판을 내리고 내부 집기류도 모두 빼낸 뒤 1시간 만에 강제집행을 종료했다.

현장에는 철야농성으로 가게 앞을 지키던 활동가 3명이 있었지만 철거를 막을 순 없었다. 보존연대 관계자는 "새벽 시간에 들이닥친 건 처음"이라며 "용역들이 가게 진입을 막고 있지만, 을지OB베어와 연대하는 시민 30여 명이 현장에 있다"고 말했다.

1980년 문을 연 을지OB베어는 생맥주를 팔며 노가리 안주를 처음으로 내놓아 을지로 노가리골목의 원조로 꼽힌다. 서울시는 2015년 골목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될 당시 을지OB베어를 골목의 원조라고 언급했다. 2018년 8월에는 맥줏집으론 최초로 중소기업벤처부에서 '백년가게'로 선정됐다.

을지OB베어의 위기는 2018년 건물주가 임대차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며 시작됐다. 조건을 맞출 테니 재계약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건물주는 가게를 비우라는 명도소송을 제기해 2020년 10월 최종 승소했다.

시민단체들은 서울시에 상생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빈곤사회연대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자본 앞에선 미래유산도 백년가게도 소용이 없었다"며 "강제집행을 규탄하고 서울시가 상생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이날 오전 11시 강제집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오후 7시 30분에는 가게 앞에서 문화제를 진행한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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