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기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
"돌부처 면접관도 동료 교수 자녀는 다시 봐
한국은 저신뢰사회...병원장 자녀 면접 모를 리 없어
공직자 첫째 원칙은 이해충돌 회피 정호영이 어겨"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빠찬스'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현직 의과대학 교수가 의대 교수 자녀들의 편입학 사례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이형기 서울대 임상약리학과 교수. 고위층 자녀들의 입시 부정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강제적 제도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형기 교수는 2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아직까지는 저신뢰사회"라며 "(교수들의) 자발적 보고에만 의존하는 건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유명세를 타게 된 건 19일 중앙일보에 발표한 칼럼 '정호영, 불법 아니라도 문제다... 의대 교수 자녀 전수조사 해야'가 계기가 됐다. 미국 아이비리그, 존스홉킨스병원 연구원 스펙으로도 국내 의전원 입시에 줄줄이 실패한 자식을 보며 "한국에서 의대 가는 게 얼마나 넘기 힘든 벽인지 절실히 깨달았다"는 이 교수는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주위 동료의사들 애들은 척척 의대에 들어갔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교수인 자신마저 입시 과정에 고위층의 카르텔이 작용했을 거라 의심한다고 덧붙인다. "일개 평교수라도 동료 아이가 면접에 응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돌부처 면접관이라도 신경 쓰는 게 인지상정"이라는 말이다. "굳이 병원장이 (자녀가 의전원 시험 보는지) 직접 말하지 않더라도 알 사람은 다 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니 전수조사를 해서 사전에 오해 만들 일을 만들지 말자는 제안이다.
인터뷰에서 이 교수는 "공직자에게 요구된 첫 번째 원칙은 이해충돌의 회피"라며 "공공의 이익과 본인의 이익이 상충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피하거나 영향이 미치지 않게끔 함으로써 다른 이의 엄정한 판단을 도와야 한다는 원칙인데, 정호영 후보자는 이 원칙을 어겼다"고 강조했다. "일개 필부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지만 적어도 공직자에 나서는 분에게는 옳지 않다"는 것이다.
"전수조사 불가능? AI 알고리즘으로 선별하면 돼"
우리 사회에서 이제까지 '자성의 노력'이 없는 건 아니다. 대학은 교직원 자녀가 입학, 편입학 시험에 응시할 때 학교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자발적 보고에 의존하는 건 실효성이 의문"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전수조사라고 하는 방법이 강제화되면 이런 것(이해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미리 조심하는 분위기가 사회에 형성될 것이고, 그게 어떤 형태로든 입시비리 우회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칼럼에서 이 교수는 전수조사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보험이나 신용카드 업계에서 사기 가능성이 높은 사례나 거래를 찾아내는 데 다양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것처럼 "입시비리가 의심되는 사례를 AI 알고리즘으로 선별한 뒤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두 단계 접근법"을 쓰자는 것. 그는 "자기가 억울하게 떨어졌다고 의심하는 수많은 불합격자가 모두 AI 알고리즘 학습을 위한 자료 제공에 나설 테니 자료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 제안이 나온 지 나흘째. '직접적으로 피드백받은 게 있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속으로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괜찮다. 지금까지 쓴 글 중에 이번처럼 좌우를 떠나 고른 동의와 지지를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자유주의자에 보수우파"인 자신의 칼럼이 "이재명 팬카페에서도 지지"하더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정호영 후보자 주장과 달리 (아빠찬스 논란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문제라는 반증"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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