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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통·설사가 4주 넘게 지속되고 혈변·항문 통증 나타나면…

입력
2022.04.25 18: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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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이강문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강문 성빈센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서구식 식습관이 급속도로 많아지면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등 염증성 장 질환이 최근 10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이강문 성빈센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서구식 식습관이 급속도로 많아지면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등 염증성 장 질환이 최근 10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염증성 장 질환은 서구에서 흔하지만 동양에선 매우 드문 질환이었다. 그러나 서구ㆍ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국내 환자가 크게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 환자는 2010년 대비 2019년 10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2010년 2만8,162명, 2019년에는 4만6,681명으로 1.7배 증가했고, 크론병은 같은 기간 환자가 1만2,234명에서 2만4,133명으로 2배 늘었다.

이강문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염증성장질환클리닉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 장 질환은 급성 장염, 과민성대장증후군 등과 증상이 비슷해 환자가 질환을 가볍게 여겨 진단이 늦어질 때가 많다”고 했다. 이 교수는 “초기에 약물로 염증을 빨리 없애는 것이 치료 관건인 만큼 의심 증상이 생기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증성 장 질환을 설명하자면.

“장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호전과 재발이 잦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이다. 염증성 장 질환은 젊은 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궤양성 대장염은 20~40대에 고르게 발생하고, 크론병은 20대에서 많이 나타난다.

궤양성 대장염은 말 그대로 대장에만 침범하며, 직장에서 그 상부로 연속적인 염증을 일으킨다. 대장 표층(점막과 점막하층)을 침범해 주로 얕은 궤양을 만들며 누공(瘻孔ㆍ샛길)ㆍ천공(穿孔) 등 합병증은 드물다. 반면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도 침범한다. 대장 근육층을 넘어 깊은 궤양ㆍ염증을 초래해 협착ㆍ누공ㆍ천공 등 합병증이 흔하다. 크론병 환자의 25% 정도는 장을 잘라낸다.”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 장내 미생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유전적 영향이 있지만 유전자 하나 때문에 발생하는 병은 아니다. 염증성 장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가 200개 정도 밝혀졌는데, 이 유전자가 많을수록 발병률이 높다. 장내 미생물 불균형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육류·패스트푸드·정크푸드 등을 많이 먹어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염증성 장 질환 의심 증상은.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 △혈변 △설사 △급박 변 등을 호소한다. 반면 크론병은 설사와 복통이 가장 흔한 증상으로 혈변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초기에는 단순 장염이나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대한장연구학회에 따르면 환자의 28%가 진단에 1~5년 정도 걸린다. 복통ㆍ설사 증상이 4주 이상 지속되거나, 체중 감소, 발열, 전신 나른함, 혈변, 항문 통증 등이 나타나면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해 검사ㆍ진단을 받는 게 좋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염증성 장 질환을 꾸준히 치료해 증상이 없는 관해(寬解) 상태를 유지하면서 일상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전에는 증상이 없는 임상적 관해를 치료 목표로 삼아 증상이 없어도 장 속에 남은 염증이 장 손상을 일으켜 수술할 위험이 컸다. 현재는 치료 환경이 크게 개선돼 증상이 없는 임상적 관해를 넘어 내시경적 관찰로 장내 염증 소견이 없는 내시경적 관해까지 기대할 수 있다.

치료는 약물 처방을 우선한다. 약은 염증조절제(사라조핀, 아사콜, 콜라잘, 펜타사), 스테로이드(소론도),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등을 환자 상황에 맞게 사용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메커니즘의 생물학적 제제가 늘어나 환자 선택권이 넓어지고 있다.”

-장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 기관에도 염증을 일으킨다는데.

“염증성 장 질환은 장뿐만 아니라 눈ㆍ피부ㆍ관절ㆍ췌담도 등에도 침범할 수 있다(장외 증상). 가장 흔한 곳이 피부ㆍ관절이다. 장외 증상은 장 염증이 심할 때 같이 나타날 때가 많아 장 염증을 치료하면 저절로 좋아지기도 한다.

일부 장외 증상은 장 염증 정도와 별개로 나타나기도 한다. 염증성 장 질환은 장과 관련된 합병증 외에도 다양한 신체 부위에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에 안과ㆍ피부과ㆍ류마티스내과 등과 긴밀히 협진하는 게 중요하다.”

-염증성 장 질환은 암으로 악화할 수 있나.

“염증성 장 질환 자체가 암으로 악화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장에 염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장 점막에 돌연변이가 생겨 대장암이나 소장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염증성 장 질환을 치료해 염증이 모두 사라지면 암 발생 위험은 커지지 않는다. 암을 막기 위해서라도 염증성 장 질환을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염증성 장 질환 진단을 받으면 일상생활이 가능한지 많이 걱정한다. 하지만 증상을 잘 조절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므로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 염증성 장 질환은 식사 조절이 매우 중요하기에 고기를 너무 많이 먹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해야 한다. 물론 술ㆍ담배는 끊어야 한다. 증상이 조절된 관해기에도 약물 치료는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염증성 장 질환은 고혈압ㆍ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기에 환자와 의료진은 서로를 동반자로 여겨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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