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준장, 군수업체 회의서 새 군사 목표 공개
"몰도바 내 친러 점령지서 러시아계 억압받아" 주장
군사 전문가 "러군 병력 장비 충분한지 의문" 평가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사실상 점령한 러시아가 다음 목표로 우크라이나 남부 일대까지 완전히 장악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잇는 육로 회랑을 완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부와 맞닿은 이웃 국가 몰도바까지 진격하겠다는 의미다. 몰도바에는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가 있다.
22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중부군관구 부사령관 루스탐 민네카예프 준장은 이날 스베르들롭스크주(州) 군수업체연합 연례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2단계 과제 가운데 하나는 돈바스 지역과 남부 지역에서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돈바스와 남부를 통제하면 우크라이나의 흑해 접근을 차단해 우크라이나 경제 요소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남부 장악은 트란스니스트리아로 나아가는 또 다른 출구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1990년 몰도바에서 분리ㆍ독립을 선언한 미승인 국가다. 주민 50여만 명 중 30%가 러시아인이다. 러시아는 1992년 몰도바와 맺은 협정에 따라 이곳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군인 수천 명을 주둔시키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우크라이나 최대 물동항인 서남부 도시 오데사와도 가깝다. 이달 초 우크라이나 군당국은 수도 키이우 일대에서 철수한 러시아군이 동부와 남부뿐 아니라 트란스니스트리아에도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민네카예프 준장은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러시아계 주민들이 억압받고 있는 증거가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으로 “돈바스 지역 내 러시아계 주민 학살”을 내세웠던 것과 똑같은 논리다. 자칫 전쟁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몰도바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다만 이번 발언이 푸틴 대통령의 실제 계획을 반영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돈바스 전투가 격화함에 따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주의를 분산시키거나 혼란을 주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진단했다. 크렘린궁은 새로운 군사적 목표를 공개한 것이냐는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현실적이지 않은 목표”라고 평했다. “러시아가 이미 요새화된 대도시 오데사가 위치한 남부는커녕 돈바스 전투에서 승리할 만큼 충분한 병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러시아 군사분석가 유리 표도로프도 “러시아군은 최근 5일간 전장에서 중대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민네카예프 준장이 밝힌 목표는 군사적 관점에서 도달할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의 계획은 제국주의 그 자체”라며 “이제 그들은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도 “크렘린궁의 많은 계획들이 이미 우리 군대와 국민에 의해 파괴됐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고 싶다”며 거듭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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