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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살리는 착한 소비는 없다... '굿즈' 주지도 받지도 말자

입력
2022.04.27 10: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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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14> 굿즈는 친환경이 아니다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 뿐 아니라 주민간, 지역간, 나라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 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일반명사로서 굿즈란 상품이나 제품, 물품을 뜻한다. 경제학에서는 재화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특정 의미로서 굿즈란 팬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판매되는 기획 상품을 가리키기도 한다. 특정 연예인이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의 캐릭터를 활용해 팬들에게 판매하기 위해 특별하게 만든 상품 말이다.

요즘에는 브랜드 굿즈라고 해서 특정 브랜드에서 자사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판촉의 의미로도 굿즈를 만들어서 판매한다. 문제는 본말이 전도돼 굿즈를 사기위해 본 제품을 사간다는 점이다. 실제 한 커피브랜드의 경우 때마다 굿즈를 출시하는데, 출시하자마자 완판되고 중고 시장에서 고가로 거래되기도 한다. 굿즈를 사려고 몇 시간씩 줄을 서서 음료를 사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서울 중구 스타벅스 프레스센터점에서 모델들이 '미드나잇 베르가못 콜드 브루'를 비롯한 새로운 벚꽃 시즌 음료와 푸드, MD 상품 등을 홍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스타벅스 프레스센터점에서 모델들이 '미드나잇 베르가못 콜드 브루'를 비롯한 새로운 벚꽃 시즌 음료와 푸드, MD 상품 등을 홍보하고 있다. 연합뉴스

MZ세대들이 굿즈에 열광하는 건 한정판이라는 희소성과 희소한 굿즈를 SNS에 인증하고 싶은 욕구가 맞물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그저 재미있고 이색적인 소비에 열광하는 펀슈머 성향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친환경 굿즈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 굿즈로 재미를 많이 보고 있는 기업들일수록 친환경 재질을 강조하기도 한다. 재생원료로 만든 장바구니나 티셔트, 장바구니, 열쇠고리, 대나무 칫솔 등이 대표적이다.

기후위기 시대 불필요한 소비 조장

하지만 이 같은 MZ세대들의 굿즈 열풍을 보면 불편하다. 굿즈 판매에 열을 올리는 기업들이나 여기에 호응하는 소비자나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다. 기후위기 시대, 쓰레기 대란의 위기 시대에 이렇게 불필요한 소비가 조장될 필요가 있을까싶다.

단순히 다회용컵을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 개의 다회용컵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친환경 이름을 붙여 다회용컵이나 장바구니를 일회용처럼 뿌리는 건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 장식장에 고이 모셔진 다회용컵 혹은 끼워 파는 굿즈들이 길거리에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건 기업 그린 워싱의 증거다.

공짜 기념품, 주지도 받지도 말아야

공짜 기념품을 좋아하는 꼰대들도 마찬가지로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 환경행사에 기념품을 뿌리는 환경단체들이나 정부, 지자체들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꼭 뭔가를 줘야만 하는 구태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필요하지도 않은 기념품을 굳이 받아봐야 비좁은 집을 더 비좁게 만드는 짐이 될 뿐이다.

이제 좀 홀가분해지자.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았으면 좋겠다. 뭔가를 주지 않으면 성의가 없다는 옛날 문화도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 꼭 뭔가를 줘야 한다면 온라인 상품권 같은 것으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도록 하거나 아니면 기념품 살 돈으로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아니면 기념품을 받고 싶은 사람에게만 미리 주문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방법이야 찾으면 많다. 바꾸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인간의 소비는 모두 환경에 부정적

지구를 살리는 착한 소비란 없다. 안타깝지만 인간의 소비는 크든 작든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려면 불필요한 소비는 하지 않는 게 제일 좋다. 그러니 자꾸 필요하지도 않는 것을 꼭 사야한다고 꼬드기거나 공짜 기념품을 자꾸 안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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